고수온에 적조, 극한 호우까지…전례없는 삼중고에 속 타는 어민들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이 어민은 "수온이 하루에 2∼3도씩 오르면 고기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남 남해안 양식업계가 올여름 전례 없는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잇따른 태풍과 극한 호우가 남긴 뒤끝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양식 어류와 멍게 떼죽음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 적조까지 세력을 불리고 있다. 여기에 거제를 덮친 기록적 폭우에 한창 성장 중인 양식 굴 종패(어린 굴) 산지마저 초토화되면서 펄펄 끓는 바다만큼 어민들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30일 경남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집계된 고수온 추정 폐사 신고량은 통영시와 거제시, 남해군, 하동군 등 4개 시군 158개 어가, 378만 7000여 마리, 44억 8800만 원 상당이다. 이 중 90%가 넘는 347만 1000여 마리, 40억 5900만 원 어치가 통영 앞바다에서 사육 중이던 조피볼락과 숭어다. 통상 양식 어류는 28도가 넘는 고수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시름시름 앓다 폐사해 버리는데, 우럭과 숭어는 한류성이라 고수온에 더 취약하다.
통영시가 1~2시간 단위로 실측해 제공하는 ‘스마트양식장’ 정보를 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62개 정점 수심 1~10m 평균 수온은 28.4도다. 어민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30도를 훌쩍 넘긴 곳도 부지기수다. 더디게 달아오르는 만큼 더디게 식는 바닷물 특성 탓에 자정을 넘겨도 마찬가지다. 일단 폐사가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다. 체력과 면역력이 바닥나 겨우 숨이 붙은 것들도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3~4일 후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해상 가두리양식장이 밀집한 경남에서는 피해 집계 시작된 2012년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2024년에는 2640만 마리가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지난해도 383만 마리가 고수온 피해를 봤다. 아직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물량까지 합치면 이미 작년 전체 피해를 넘어섰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이 와중에 적조까지 말썽이다.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이 이상 증식해 바다를 검붉게 물들이는 현상이다. 개체수 폭증으로 가뜩이나 바닷속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점액질 성분이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보통 mL당 1000개체가 넘는 고밀도 적조가 덮칠 때 폐사로 이어지지만, 고수온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선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이다.
실제 작년 여름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넘게 지속되다 뒤늦게 적조가 덮치면서 309만 마리가 줄폐사했다. 적조도 생물이라 고수온에선 크게 세력을 불리지 못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 27일 국립수산과학원 예찰 결과, 수온이 30도에 육박한 통영시 곤리도 인근에서 mL당 최고 1888개에 달하는 고밀도 적조띠가 관찰됐다. 수과원은 “주말 강우로 육상 영양염이 다량 유입될 경우, 적조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멍게와 굴 양식장도 비상이다. 얇은 껍질에 싸인 멍게는 적정 생장 수온이 10~24도다. 이를 넘어서면 생리현상이 중단되고 심하면 속은 물론 껍질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실제 2024년 역대급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수확을 앞둔 성체는 물론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떼죽음했다. 올해도 심상찮다. 불과 닷새사이 57개 어가에서 833줄(멍게가 부착된 5m 길이 밧줄)이 녹아내렸다고 신고했다. 피해액은 40억 9000만 원에 달한다. 2년 전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어민들은 당시 악몽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이다.
광복절 연휴 거제를 덮친 극한 호우에 양식 굴 종패 단련장도 초토화 됐다. 어린 굴이 붙어 있어야 할 가리비 껍데기에 흔적만 남았다. 굴수협 제공
굴은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난 광복절 연휴 수마에 내만에 밀집한 종패 단련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거제는 굴 종패 3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산지 중 하나다. 그런데 폭우에 하천의 흙탕물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바닷물 염도가 급격히 떨어진 데다, 수온까지 치솟으면서 애지중지 키운 종패 90%가량이 사라졌다. 이대로는 당장 11월 입식부터 종패난이 불가피하다. 보상도 여의치 않다. 피해 개체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종패 관련 재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굴수협 관계자는 “달라지는 재해 양상에 맞춰 피해 인정 기준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