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칙대로라면 산은 부산 이전은 자연스러운 귀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
서울 잔류 제로·집적과 집중
김윤덕 장관 이전 원칙 제시
산은 이전 예외로 둘 근거 없고
부산 이전 반대할 명분도 없어
정부 원칙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대비해 빈 땅으로 남겨둔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내 부지와 그 일대.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원칙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서울 잔류 제로’와 산업 연관 효과를 고려한 ‘집적·집중’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견지해온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반대 논리와 정책 일관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은행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정부 방침의 특별한 예외로 인정할 합리적 근거가 필요하고,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추진할 경우에는 부산 이전 반대 논리를 뛰어넘을 마땅한 명분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야말로 정부가 제시한 이전 원칙에 부합한다며, 정부가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 핵심 국정 목표인 균형성장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잔류 제로와 집적·집중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아주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혁신도시 이전이 원칙”이라며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집적과 집중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가능한 한 모든 기관이 다 내려가는 것으로 하고 전체 잔류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서울에 남는 기관을 사실상 ‘제로’로 만드는 것이 정부 방침임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앵커기업과 연구기관 등 연관 기능을 함께 모아 지역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원칙이 공개되면서 산업은행 지방 이전에 부정적이었던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서울 잔류 제로’ 원칙이 적용된다면 산업은행 역시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원칙은 산업은행을 서울에 남겨 두려던 기존 입장과 달라진 시그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역시 지난 21일 전재수 부산시장이 직접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만나 단순한 지역별 분산이 아니라 산업·인재·인프라 집적 효과가 큰 거점도시에 핵심 기능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부산에 금융·해양 등 지식서비스 관련 공공기관을 집중하고 울산, 경남의 조선·자동차·석유정제 등 주력산업과 연계할 경우 동남권 전체로 이전 효과를 확산할 수 있다며 ‘거점 중심·기능 집적’ 전략을 강조했다.
시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해양·첨단산업·연구개발·영화·영상 분야 등 총 40개 기관의 이전을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은 부산 시민들과 지역 정치권이 2022년부터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국책 금융기관이다.
지역사회의 이 같은 바람에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으로 반응해왔다. 산업은행 기능상 서울 금융시장과 연계가 중요하고, 본점만 부산으로 옮길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였다. 이후 산업은행은 서울에 두면서 부산에는 동남권 산업에 특화된 새로운 투자 기능을 마련하자는 여권의 구상에 따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예외 없는 원칙 적용해야”
정부가 뚜렷한 이전 원칙을 제시한 만큼, 산업은행이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어떠한 이유로 서울 잔류가 불가피한 ‘특별한 예외’에 해당하는지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이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산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고, 부산이 아닌 다른 지방 이전이 추진된다면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금융시장과의 연계성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기존 이전 반대 논리와 정면충돌을 피해야 하고, 부산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제시한 이전 당위성을 뛰어넘을 만한 논리적인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고 부산에 동남권투자공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이전 원칙이 오히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부산은 서울을 제외한 국내 유일의 국제금융도시로 금융 관련 공공기관이 집적해 있고,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조선·기계·자동차·방산 등 핵심 산업과 연계가 가능한 곳”이라며 “해양 수도권 조성과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국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핵심적인 지역인 만큼 산업은행의 이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과 기능적 연계가 중요하다는 논리라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하나도 없다”며 “정부는 이번에 제시한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 국가 균형성장과 지역 발전이라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