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최대’ 주주환원에도 시장은 ‘냉담’
사 측 “재원 90조~110조 원 규모”
현금 30조 배당·나머진 내년 확정
최대 200억 시장 기대 밑돈데다
자사주 소각 계획 빠져 주주 불만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주주환원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가는 역주행했다.
삼성전자는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만 4500원(8.70%) 내린 25만 70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앞서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올해 주주환원 잔여 재원이 90조~110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분기에 정규 배당을 포함해 30조 원 안팎을 현금 배당하고, 나머지 60조~80조 원의 집행 방식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환원 규모는 기존 연간 최대 규모의 5배가 넘는 역대급이다. 하지만 그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최대 200조 원의 주주환원을 할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왔던 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망하는 반응이 나왔다. 더욱이 당장 확정된 것이 현금 배당 30조 원뿐이고, 나머지 금액을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지는 내년에서야 알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주주환원 계획에서 자사주 소각 계획이 빠진 것도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앞서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 기준을 잉여현금흐름의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바꾼 것과 달리, 삼성전자가 50% 이내 원칙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실망감을 키웠다.
투자자들의 실망은 주가에 바로 반영됐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주가는 주주환원 기대감에 3.87% 오른 28만 1500원으로 정규장을 마쳤지만, 장 마감 뒤 공시가 나오자 애프터마켓에서 한때 26만 6000원까지 밀렸다. 이어 이날 정규장에서도 주가가 추가로 하락했다.
이런 시장의 불만에 대해 교보증권 최보영 연구원은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140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선반영됐으나 실제 규모는 시장 기대치보다 30조~50조 원 낮은 수준”이라며 “절대 규모는 역대 최대지만 기대했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 환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가 FCF 50%를 차기 3개년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향후 3년간 최소 600조 원 이상의 주주환원 재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단순한 경기 민감 사이클 주식에서 장기 복리 투자자산으로 재평가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금산법상 상한인 10%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같은 40조 원 규모의 소각에 나서면 두 회사는 4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에 대안으로 의결권이 없어 금산법의 10% 제한 규정에서 제외되는 우선주를 소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