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고도근시·당뇨병 있다면 이른 나이부터 눈 검진을”
녹내장
‘정상 안압’에서도 발생 가능성
시신경 손상 이후 증상 나타나
나이 들수록 녹내장 위험 높아져
조기 발견하면 ‘실명’ 예방 도움
부산 이안과의원 김화영 원장은 “녹내장 초기에는 시신경 일부가 손상되어도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녹내장 진단을 위해서는 안압뿐 아니라 시신경과 시야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안과의원 제공
40대 A 씨는 최근 안과 검진을 받았다.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추가로 정밀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녹내장은 아니었지만, A 씨는 정상 안압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
안압이 높을수록 시신경 손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안압은 녹내장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이 다르므로 정상 안압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안압·시신경·시야 함께 확인해야
부산의 이안과의원 김화영 원장은 “녹내장은 안압뿐 아니라 시신경과 시야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국녹내장학회가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진행한 역학조사 사례를 소개했다. 주민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원발개방각녹내장 유병률은 3.5%였는데, 그 중 안압이 21mmHg 이하인 경우가 2.7%였다.
김 원장은 “원발개방각녹내장 환자의 약 77%는 안압이 정상 범위인 정상안압녹내장이었다”며 “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녹내장 위험이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눈 안쪽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이 있다. 망막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는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시신경이 눈에서 빠져나가는 부위가 시신경유두이며, 이곳에는 신경섬유가 통과하는 작은 구멍들이 있는 사상판이 있다. 녹내장은 주로 이 부위에서 시신경 손상이 시작된다.
김 원장은 “안압이 높거나, 안압이 높지 않아도 시신경이 압력에 취약한 경우 사상판 주변의 시신경 섬유에 지속적 부담이 가해지며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발생 원인에 따라 원발성과 이차성, 섬모체에서 만들어지는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의 형태에 따라 개방각과 폐쇄각으로 나뉜다.
원발녹내장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한다. 이차성 녹내장은 포도막염, 당뇨망막병증, 외상, 스테로이드 사용 등 다른 질환이나 약물에 의해 발생한다.
개방각녹내장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열려 있지만 배출 기능이 떨어져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된다. 폐쇄각녹내장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안압이 상승하는 것이다.
선천녹내장은 태어날 때부터 눈의 방수 배출 구조에 이상이 있어 발생한다. 아이가 눈물을 많이 흘리고 눈부심을 심하게 느끼거나 검은자가 커지고 탁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약물·레이저 치료
녹내장은 초기에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린다. 시신경 손상이 진행돼 시야 손상 범위가 넓어지거나 중심부 가까이 침범하면 시야가 좁아진 느낌이나 일부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느끼게 된다. 김 원장은 “시야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시신경의 구조적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녹내장성 손상은 빛간섭단층촬영(OCT)을 이용하면 발견이 가능하다. 녹내장 진단을 위해서는 OCT를 비롯해 안압검사, 안저검사, 시야검사 등을 진행한다. 안압검사로 눈의 압력, 안저검사와 OCT로 시신경과 망막신경섬유층의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시야검사는 실제로 시야에 녹내장성 손상이 있는지 평가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전방각경검사나 각막두께검사 등을 추가한다.
녹내장 초기에는 안압을 낮추는 안약이나 레이저 치료를 한다. 안약을 이용해 방수 생성을 줄이거나 배출을 늘려 안압을 낮춘다. 레이저 치료는 폐쇄각녹내장에서 레이저로 홍채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방수 흐름을 돕는 레이저 홍채절개술을 시행한다. 개방각녹내장에서는 레이저로 방수 배출을 증가시키는 레이저 섬유주성형술을 시행한다.
안약과 레이저 치료에도 안압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거나 녹내장이 계속 진행하면 여러 종류 안약을 병용하거나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새로운 방수 배출 통로를 만들거나 배출장치를 삽입하는 수술 등이 있다. 김 원장은 “최근에는 수술 치료에서 절개와 조직 손상을 줄인 최소침습녹내장수술(MIGS)도 많이 시행된다”고 전했다.
■비타민 B3 복용량은 의사 상담을
녹내장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노화로 시신경이 손상에 취약해지고, 방수 배출 기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유전적 영향도 있어, 고령이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안과 검진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 원발개방각녹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근시가 심할수록 안구가 길어지면서 시신경 주변 구조가 변하고 손상에 더 취약해진다. 김 원장은 “40세 이후부터 1~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녹내장 가족력, 높은 안압, 고도근시, 당뇨병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 이른 나이부터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안압을 높이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 물구나무서기나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요가 자세, 무거운 물건을 들면서 숨을 참는 행동은 일시적으로 안압을 높일 수 있다. 김 원장은 “걷기나 조깅 같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안압 조절에 도움이 되며 흡연은 시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비타민 B3의 한 형태인 ‘니코틴아마이드’를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시신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김 원장은 “하루 1.5~3.0g 이상의 고용량 복용 시 소화불량, 두통, 어지러움, 혈당 상승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적정량을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갑자기 심한 눈 통증, 충혈, 시력저하, 두통이나 구토 증상이 동반된다면 급성 폐쇄각녹내장일 가능성이 있으니 즉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