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센텀2지구, 해양수도 실증 국가프로젝트로 격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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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민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해양산업의 규칙이 다시 쓰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달 1일부터 자율운항선박(MASS) 코드 적용을 시작했고, 차세대 해상통신(VDES) 관련 국제협약 개정도 2028년 1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 자율운항, 디지털 항만, 탈탄소 연료, 해상통신의 전환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한시기에 몰려 있다. 이 짧은 3년 안에 실증과 표준을 먼저 잡는 도시가 앞으로 30년 해양경제의 규칙을 쓴다. 부산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부산은 이미 강한 무대를 갖고 있다. 2025년 부산항은 컨테이너 2488만 TEU를 처리했으며, 이 가운데 환적 물동량은 1409만 7000TEU로 전체의 약 56.7%를 차지해 세계 2위 환적항의 위상을 유지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 값지다. 자율운항과 항만물류 AI, 친환경 연료, 해양 데이터 서비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싼 땅이 아니다.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는 무대다. 살아 있는 세계급 항만을 품은 도시는 많지 않다.

그 항만과 산업을 잇는 내륙 거점이 바로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다.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동 일대 191만 ㎡, 사업비 2조 원, 9년의 준비 끝에 마침내 착공에 들어간 부산 최대의 산업 프로젝트다. 더 중요한 점은 센텀2지구의 공식 유치업종에 이미 ‘첨단신해양산업’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해양은 설계도에서 이미 시작됐다. 다만 아직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국가의 무게다. 지금의 틀대로라면 센텀2지구는 규모는 커도 성격은 평범한 산업단지에 머물 수 있다. 그래서 센텀2지구를 해양수도 실증 국가프로젝트로 격상해야 한다.

그렇게 바꾸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첫째는 글로벌 앵커기업이다. 항만에서 검증하고 센텀2지구에서 사업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기업은 연구개발에서 시스템 통합, 운영과 서비스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따라 들어올 수 있다. 둘째는 센텀시티와의 시너지다. 벡스코, 영화의전당, 대형 상업·문화시설, 지식산업 기능이 이미 가까운 생활권에 모여 있다. 실증과 지원, 일과 정주가 한권역 안에서 이어질 수 있다. 새로 다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자산을 새 프로젝트에 맞게 다시 엮는 일이다.

성공의 관건은 거버넌스다. 국가가 규제 샌드박스와 인증 체계를 열고,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부지와 도시계획을 받치고, 지역 상공계가 산업 수요와 투자를 모아야 한다. 어느 한 축이라도 빠지면 실증은 곧 전시행사로 끝난다. 특히 자율운항처럼 안전 인증이 핵심인 분야는 해양수산부의 제도 설계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세 주체가 한 테이블에 앉아 역할을 나누는 구조, 그것이 국가프로젝트의 실제 모습이어야 한다.

순서는 이미 여러 번 증명됐다. 앵커가 먼저 오고, 생태계는 그 뒤를 따른다. 판교가 그랬고, 송도가 그랬다. 정부는 센텀2지구를 5대 광역시에 판교형 혁신거점을 조성하는 도심융합특구로 2021년 선도사업지에 선정했고, 2024년에는 최종 지정과 기본계획 승인까지 마쳤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판교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 성공의 핵심이었던 앵커 유치의 순서를 그대로 가져오는 일이다.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보다 누구를 먼저 데려올 것인가가 중요하다. 글로벌 해양기업과 연구기관, 시험·인증 기능을 먼저 붙잡아야 기업과 인재, 서비스가 뒤따른다.

시간은 길지 않다. 2028년이 되면 해양산업의 규칙은 이미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센텀2지구의 첫 삽은 토목공사보다 국가프로젝트 지정과 앵커 유치 협상에 꽂아야 한다. 부산상공회의소도 산업 수요를 모으고 민관을 잇는 조정자로서 그 일을 함께할 것이다. 센텀2지구는 땅이 아니라 전략이어야 하고, 부지가 아니라 실증이어야 하며, 단지가 아니라 국가프로젝트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분양계획이 아니라 더 높은 설계다. 그 설계 위에서만 해양수도는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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