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분열의 정치
정치부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가 결국 현역 의원 4명의 당원권을 정지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징계 대상자 4명 중 3명은 2년 뒤 총선에서 배제된다. 징계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평소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 왔던 ‘비당권파’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물론 같은 당 소속 국회부의장 후보의 낙선을 종용하거나 원내대표 멱살을 잡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두둔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징계의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자초한 의원이나 대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를 도왔던 이들에 대한 징계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모호하달 것도 없는 이분법적 징계의 기준은 장 대표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테다.
대의와 명분을 상실한 채 징계의 칼날만 휘두르는 정당은 분열할 수밖에 없다. 징계에 더해 당 지도부는 당원 투표를 통해 전국의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분열을 한층 부추긴다.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현역 의원인 부산의 경우 당원 투표가 진행되더라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장 대표에겐 눈엣가시 같을 친한동훈계 의원들도 뜻대로 물갈이가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원들끼리 서로 생채기를 내고 지역 조직이 쪼개진다면 내부 분열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국민의힘처럼 사분오열하는 지리멸렬함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분열의 정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베, 붕어 IQ, 박쥐, 배신자, 신천지 같은 혐오 발언들은 모두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후보들이 공식석상에서 사용한 언어들이다. 당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서로에게 험한 단어들을 뱉어댔고, 당 대표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편 가르기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을 남겼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오늘도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지만, 분열을 조장하며 내부 권력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은 여야가 엇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당심은 민심을 밀어낸다. 정당이 분열하며 내부 투쟁에 매몰될수록 민생에 직결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당권파와 친한계의 대립, 명청대전 같은 건 국민의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정치는 갈라서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갈라진 것들을 다시 이어 붙이기 위해 존재한다. 다름을 견디고 상대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품격을 기대하기가 이토록 어려운가. 분열의 정치로 인해 국민들이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르고 말 것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