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끝나나…'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
한극금융연구원 보고서
14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공조 개입으로 엔화 약세 기대감이 꺾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으로 꼽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2일 발표한 '일본 통화정책 기조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수익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 기법이다. 이 전략은 그동안 미·일 양국 간의 큰 금리 차이, 지속적인 엔화 약세, 그리고 시장의 낮은 변동성을 자양분 삼아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인상하면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저금리 자금 조달 환경에 근본적인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 미·일 양국이 엔화 가치 방어를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실개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무너질 경우, 이는 곧장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엔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무조건적인 악재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원화와 엔화는 동조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엔화 강세 전환과 미·일 금리 차 축소가 급격하게 맞물려 진행될 경우, 전 세계에 깔려 있던 엔캐리 자금이 단기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도로 키울 수 있다. 지난 2024년 8월,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과 일본의 금리 인상이 겹치며 엔캐리 자금이 이탈했을 때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8.8%, 11.3% 폭락했던 악몽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다만 연구원은 당장 대규모 청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다소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단기간에 극적으로 좁혀지기는 힘들고, 일본은행 역시 향후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