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공기관 이전 지원, 비용 아닌 투자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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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국 사회부 부장

공공기관 이전 앞에 안이함 경계해야
해양수도와 광역시 인프라 내세워도
이들 기관 눈에는 도토리키재기일 뿐
전향적인 이전 지원정책은 투자 개념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다. 전국의 지자체가 전시 태세다. 유치위원회를 꾸리고 정치권과 공조하며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한 군데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이 경계해야 할 건 안이함이다. 해양수산부와 HMM 부산 이전이 급물살을 타면서 산하기관 이전을 당연한 부산 몫으로 여기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 제2의 도시이고 신공항과 항만을 갖췄으니 당연히 이리로 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이다. 그야말로 위험한 태도다.

나라를 병들게 하는 수도권 일극체제는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인구와 기업, 자본과 일자리가 모두 서울에 몰려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정글이라도 펼쳐지는 줄 아는 이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다. 이들의 눈에 부산은 서울에 대적할 만한 제2의 도시가 아니라, 수도권과 가장 멀리 떨어진 '외진 도시'일 뿐이다.

부산이 상대적 강점으로 여기는 광역시급 인프라도 이들 눈에는 도토리 키재기다. 부산이 경쟁 시도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부산 안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의 당연한 지분 찾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할 시점이다. 100억 원을 쓰더라도 110억 원의 이익을 보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당장 빠듯한 재정 상황에서 공공기관 유치 지원안에 투입되는 예산을 비용으로 보면 당연히 아깝다. 그러나 투자로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무실 하나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수백 명의 고급 인력이 이동하고 가족이 정착한다. 소비가 늘고 후방 산업이 따라온다.

실제로 부산은 이미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해수부와 HMM 이전 결정 이후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부산 전역을 짓누르던 패배주의가 옅어졌다. '부산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식의 냉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눈치 빠른 입시 시장부터 이 같은 분위기를 읽어내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금융계 공기업이 뿌리를 내렸고 지역할당제까지 적용되며 부산대 상경 계열 학과의 입결이 개선됐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해수부 이전 덕에 지역 대학가의 해양 관련 학과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들 대학이 하나둘씩 수도권 학생을 상대로 입시설명회에 나서고 있다.

이는 그간 부산시의 갖은 정성에도 겉돌던 청년의 마음이 더는 흔들리지 않게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산에서도 기회는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시 청년 정책 예산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현금이나 주거 지원을 제외하면 상당수 청년들은 정책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정책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청년의 마음'을 붙드느라 쓰는 비용보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사람과 기관에 대한 이전 투자가 훨씬 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정책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해수부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 이전 지원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왔으니 나머지 산하기관도 줄줄이 따라와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순진하다.

결국 공공기관 이전도 투자 싸움이다. 사람의 이동에 투자하고, 조직의 이동에 투자해야 한다. 지금 하반기 시작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부산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와 병행해 중앙 관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반발을 잠재워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효과도 없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이산가족만 양산한다'라는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이를 반박할 논리와 백데이터부터 제시해야 한다. 이전의 효과를 눈앞에서 보여주고 반발을 잠재우지 못하면 향후 이전 정책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없다.

수십 년 묵은 망국병을 치료하는 큰 싸움을 부산 혼자서만 감당하려 해서는 안 된다. 3명의 시도지사가 지역별로 이전을 희망하는 기관을 사전에 조율하는 식으로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에 대한 시혜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부산 역시 이를 당연한 몫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비용을 아끼는 계산이 아니라 미래를 사는 계산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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