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의 글로벌 산책] 캐나다 잠수함 선택과 '유사입장국'
국립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U Jean Monnet 석좌교수
최선제품 고르기 아닌 무기 구매 행위
중견국 한국, 네트워크 외교 고려해야
유사입장국 간 수평 관계 구축이 중요
지난달 캐나다 정부는 최대 12척의 차기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의 Type 212CD를 선정했다.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상대는 한국 한화오션의 KSS-III였다. 한국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기술 경쟁의 결과로만 이해한다면 더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캐나다 정부는 두 제안 모두 자국 해군이 요구한 능력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마크 카니 총리는 독일 잠수함의 북극해 작전능력과 ‘NATO와의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강조했다. Type 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하는 플랫폼으로, 캐나다는 이를 통해 NATO의 훈련·정비·군수 네트워크에 더욱 깊숙이 결합할 수 있다.
결국 캐나다가 선택한 것은 잠수함만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누구와 함께 안보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전략적 판단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결정은 한국 잠수함의 패배라기보다 캐나다의 ‘NATO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02년 한국의 차기전투기 사업에서 미국 보잉의 F-15K와 프랑스 다소의 라팔이 경쟁했다. 특히 1단계 평가에서는 비록 차이가 3% 이내였지만 라팔이 F-15K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2단계에서는 군사동맹과 상호운용성, 국가안보 등 전략적 요소가 고려됐고 결국 한국은 F-15K를 선택했다.
두 사례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은 가장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누구와 함께 훈련하고, 정비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위다. 수십 년간 운용되는 전략무기의 선택은 장기적인 안보 파트너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캐나다의 결정을 둘러싼 국내 일각의 반응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유튜브의 이른바 ‘국뽕’ 콘텐츠에서는 캐나다가 한국을 ‘배신했다’거나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 접근은 국제정치와 방산사업의 현실을 단순화한다.
캐나다는 한국과의 의리 때문에 잠수함을 구매하는 국가가 아니다. 한국 역시 2002년 프랑스와의 우호관계 때문에 라팔을 선택할 의무가 없었다. 한국이 한미동맹과 상호운용성을 고려해 F-15K를 선택했다면 NATO 회원국인 캐나다가 NATO와의 상호운용성을 중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확대되는 ‘유사입장국들(like-minded partners)’의 네트워크다. 과거 국제안보가 미국 중심의 수직적 동맹에 의존했다면 오늘날에는 기존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견국 사이의 수평적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캐나다, 일본, 호주, 영국 및 체코, 폴란드, 프랑스, 독일과 같은 EU회원국과 글로벌 공급망, 핵심광물, 에너지, AI, 해양안보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중요성이 감소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나의 강대국이나 동맹만으로 모든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중견국 외교가 ‘중재의 외교’에서 ‘네트워크의 외교’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은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외교안보 공간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 NATO와 EU회원국 등 유사입장국들과 방산·에너지·공급망·핵심광물·AI·해양안보를 연결하는 협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방산 역시 ‘제품의 수출’에서 ‘네트워크의 수출’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 무기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훈련과 정비, 부품조달, 기술개발을 함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산업 경쟁력을 중견국 협력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은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기회다. “우리 잠수함이 더 좋은데 왜 한국을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분노하기보다 “독일은 어떤 네트워크를 제공했고, 한국은 앞으로 어떤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 잠수함이 열등해서 패배했다고 단순화해서도, 반대로 한국 잠수함이 무조건 우수한데 캐나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캐나다가 판단한 것은 기술과 가격뿐 아니라 동맹과 제도, 상호운용성, 신뢰와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좋은 무기를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대다. 누구와 함께 그 무기를 운용할 것인지가 때로는 무기 자체보다 중요하다. 캐나다의 선택에서 읽어야 할 것은 한국 방산의 패배도, 캐나다의 배신도 아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유사입장국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택에서 얻어야 할 진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