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점검 중’… 1년 중 142일 멈추는 서면역 에스컬레이터
13일 기준 1년간 고장 총 31건
부품 교체·수리 이유 75일 중단
정기·특별 점검 일수 67일 달해
인파 집중 시간대 안전사고 우려
'한 줄 서기' 고장 주요 원인 지목
지난 12일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 9번 출구 내외부 모습. 법정 점검으로 인해 에스컬레이터가 통제돼 있다. 독자 제공
“서면역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에스컬레이터가 통제돼 불편이 큽니다. 수리·점검으로 길이 막혀 돌아가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 때문에 열차를 놓치기도 합니다.”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에서 만난 시민 최 모(32·부산진구) 씨는 분통을 터트리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에스컬레이터 운영이 중단돼도 길목에 이를 안내하는 표시가 없어 항상 현장에 도착하고서야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며 “요즘같이 더운 날 갑작스럽게 이런 변수를 마주치면 누구라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부산 도시철도 역사 중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서면역 내 에스컬레이터가 수리와 점검으로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가동이 중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은 가운데 사전 안내마저 부족해 출퇴근길 혼잡과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다. 잦은 고장의 원인이 잘못된 ‘한 줄 서기’ 문화 때문이어서 이용객의 주의도 필요하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3일까지 서면역 내 에스컬레이터 20곳에서 발생한 고장·오작동은 총 31건이다. 이 기간 부품 교체·수리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운영이 중단된 기간은 총 75일에 달한다.
고장이 발생한 구역은 9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9회로 가장 많았고, 1호선 하선 에스컬레이터(6회)와 1호선 상선 에스컬레이터(4회)가 뒤를 이었다. 가장 오랜 기간 에스컬레이터 운영이 중단된 곳은 지난해 8월 18일부터 29일까지 총 12일간 수리가 진행된 1호선 상선 에스컬레이터다. 고장이 발생한 장치는 안전 손잡이와 발판을 움직이는 장치가 각각 16회와 11회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1회에 거친 총 수리비는 2450여만 원이었다.
기계 고장에 따른 수리 외에도 정기 점검 등으로 에스컬레이터 가동이 중단되는 날도 빈번하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건축물 내 에스컬레이터는 월 1회 법정 점검을 받아야 한다. 서면역 내 에스컬레이터도 법정 점검을 위해 월 1회 하루 동안 통제된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1일까지 법정 점검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가동이 중지된 기간은 총 53일에 달했다. 정기 점검과 별도로 이뤄진 특별 점검으로 사용이 중지된 기간도 14일에 달한다.
에스컬레이터가 통제되면 시민들은 계단·엘리베이터를 사용하거나 다른 통로·출구를 이용하기 위해 우회해야 한다. 인파가 몰리고 분주한 출퇴근 시간에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우회 통로나 계단으로 몰리면서 병목 현상과 낙상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주요 고장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이용객이 걷거나 뛰면서 충격과 하중 부담이 발생해 에스컬레이터 부품이 망가진다. 소모품인 부품 내구연한이 다 돼 고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2호선 환승역이 있는 서면역은 유동인구가 많아 고장이 더욱 잦다. 특히 ‘한 줄 서기’ 문화는 에스컬레이터 부품 마모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 줄 서기’ 문화는 1990년대 말 ‘바쁜 사람이 우선 가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캠페인이 펼쳐졌고 이후 지하철 문화로 확산됐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 고장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부산교통공사를 비롯해 전국 교통공사를 중심으로 ‘두 줄 서기’ 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관행으로 여전히 ‘한 줄 서기’가 성행하면서 에스컬레이터 고장의 주범이 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에는 한 줄로 서서 무게 부담을 주고, 왼쪽에선 걷거나 뛰어가는 이용객이 많아 충격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면역 9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는 길이가 긴 데다 ‘한 줄 서기’ 관행에 익숙한 중장년층 이용이 높아 고장이 더 잦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줄 서기’는 고장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걷거나 뛰는 이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걷거나 뛸 때 발생하는 충격이 다른 이용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교통공사 김영남 홍보실장은 “철저한 법정 점검을 통해 내구연한이 도래한 부품을 제때 교체하고, 노후 에스컬레이터는 순차적으로 전면 교체해 나가겠다”며 “동시에 한 줄로 서거나 걷거나 뛰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