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김미경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최근 국제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90년 71.7세에서 2023년 83.4세로 11.7년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62.4세에서 71.8세로 9.4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명이 왜 두 가지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기대수명은 말 그대로 단순히 ‘몇 살까지 사는가’이고, 건강수명은 ‘몇 살까지 건강하게 사는가’를 뜻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장수의 이상적인 형태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기간이 9.3년에서 11.6년으로, 질병이나 장애의 영향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기간은 오히려 길어진 셈이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전략은 다양하다. 심근경색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치료는 기대수명을 늘린다. 그러나 퇴원 뒤 재활 없이 체력과 일상기능을 잃는다면 늘어난 시간이 모두 건강한 시간은 아니다. 반대로 약물치료와 위험요인 관리, 운동과 재활을 통해 다시 걷고 일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늘어난다. 미국 보건의료인 11만여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비흡연, 적정 체중, 운동, 건강한 식사와 절제된 음주를 지킨 사람이 주요 만성질환 없이 사는 기간이 여성은 10.7년, 남성은 7.6년 길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단순히 질병이나 생활 습관뿐만 아니라 사회참여 및 인간관계가 좋을수록 건강수명이 늘어났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어도 잘 조절하며 일상을 유지한다면 건강수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진단받은 병 때문에 근력, 기억력, 청력과 사회적 연결이 무너지면 건강한 삶의 폭은 좁아진다. 건강수명은 병의 갯수보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는 기능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나의 건강수명은 잘 유지되고 있을까? 65세 이상이라면 국내에서 검증된 노쇠 선별검사 ‘한국형 노쇠 척도(K-FRAIL)’로 먼저 점검해볼 수 있다. ①지난 한 달 동안 항상 또는 대부분 피곤했는가 ②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계단 10개를 오르기 어려운가 ③도움 없이 300m를 걷기 어려운가 ④ 고혈압·당뇨병·암·만성폐쇄성폐질환·심근경색·심부전·협심증·천식·관절염·뇌경색·신장질환 중 5개 이상을 진단받았는가 ⑤ 지난 1년 동안 체중이 5% 이상 줄었는가. 해당 항목마다 1점으로, 합산한 점수가 0점은 비노쇠, 1∼2점은 노쇠 전단계, 3점 이상은 노쇠군으로 분류한다. 이것은 진단이 아니라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지를 가리는 선별검사다. 자립성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원래 혼자 하던 장보기, 교통수단 이용, 약과 돈 관리가 어려워졌거나 옷 입기, 목욕, 식사, 이동, 화장실 사용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새로 필요해졌다면 점수와 관계없이 정밀한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능 저하는 빨리 발견할수록 원인을 치료하고 되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건강수명은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능 저하가 쌓이며 줄어든다. 단순히 오래 사는 수명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오래도록 아프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강수명이며, 진정한 항노화치료의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