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정오의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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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1965~)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있다. 두 마리였다가 세 마리였는데 지금은 한 마리가 붙어있다. 붙어 있을 뿐이다. 조금 전까지 요란하게 울어댔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울지 않는다. 얼굴을 꿰맨 것 같은 배와 날개를 꿰맨 것 같은 매미는 포복을 멈춘 몸이다. 망에서 더이상 흩어지지 않는다. 너는 어디서 왔는가,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나는 너와 마주하고 있다. 너는 비로소 차분해진 것인가, 언제든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망에 붙은 벌레를 떼어낼 필요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방충망을 가볍게 치니 매미는 정오의 총알처럼 솟아오른다

-시집 <정오의 총알> (2026) 중에서


매미는 왜 하필 한여름에만 짝을 찾는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온도에 민감한 매미가 30도 이상에서만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긴 시간을 차갑고 어두운 곳에서 보내다가 지상에 나와 우화를 하고, 짝찾기 세레나데를 외치는 것입니다. 수컷은 자신의 몸을 북처럼 때려서 소리를 내고, 암컷은 저 뒤엉킨 울음소리 속에서 자신의 짝을 찾아낸다는 게 신비롭습니다. 시인은 방충망에 죽은 척 움직이지 않는 매미를 바라보다가 가벼운 충격에도 솟구치는 목숨이 마치 총알처럼 튕겨져나간다고 말합니다. 정지되어있는 듯 하지만 어느 한순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쳐나가야 하는 강렬하고 돌연한 생의 움직임, 생에 필요한 에너지와 반전, 그 강렬한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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