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도입선 ‘탈중동’ 가속…미국산 비중 상반기 첫 20%대·사우디산은 30% 턱걸이
중동산 68.7%→62.3%, 미주산 23.4%→26.5%
도입선 다변화 뚜렷…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 37%↑
상반기 원유도입액 68% 회수해 역대 최고 기록
호르무즈 해협에서 빠져나온 유조선 HMM 유니버설클로리호가 지난달 22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시 낙포동 GS칼텍스원유부두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 장기화 등을 계기로 1년 새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6%포인트(P) 이상 감소하는 등 원유도입선 다변화와 함께 ‘탈중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의 20%대를 넘긴 반면, 기존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도입 비중은 30%대에 턱걸이했다.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원유 도입액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17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원유 도입량(수입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한 4억 6712만 배럴로 집계됐다. 반면에 상반기 원유 도입액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작년 동기대비 8.1% 증가한 413억 6700만 달러(약 58조 4000억 원)를 기록했다. 원유 도입량은 줄었는데, 도입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상반기 원유 도입량을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산이 1억 4247만 배럴로, 전체의 30.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사우디산 도입량은 작년 상반기 비중(33.1%)보다 2.6%포인트(P) 낮아지며 30%대를 겨유 지켰다. 사우디는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원유 설비가 공격을 받으면서 원유 공급·수출이 차질을 빚었다.
사우디 다음으로는 미국산 도입량이 9587만 배럴로 전체의 20.5%에 달했다. 미국산 도입량은 작년 동기(16.5%)보다 비중이 4%P 증가하며 반기 기준 최초로 20%대를 넘겼다. 3~5위는 아랍에미리트(UAE)(15.1%), 이라크(7.4%), 쿠웨이트(4.9%) 순이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로인 푸자이라항이 있는 UAE는 1년 새 도입량 비중이 11.9%에서 3.2%P 높아졌으나,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해협 봉쇄의 영향으로 비중이 각각 2.6%P, 3%P 낮아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대륙별로 보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작년 상반기 68.7%에서 올해 상반기 62.3%로 1년 새 6.4%P 낮아졌다. 반면 미주산 비중은 23.4%에서 26.5%로, 아프리카산은 2.0%에서 5.6%로, 아시아산은 5.1%에서 5.5%로 각각 높아졌다. 다만, 이같은 추세데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중동전쟁을 계기로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에 직접 나선데다 정유사들이 전쟁 국 면에 긴급 대응한데 따른 결과인 만큼 민간 기업 주도의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기대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올상반기 국내산 석유제품 수출에선 원유 도입과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주요 품목 수출 제한 영향으로 작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2억 2623만 배럴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6월에만 수출단가가 전년보다 54.0%나 오르는 등 제품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6.5% 증가한 281억 7400만 달러(약 40조 원)를 달성했다. 석유제품을 덜 팔았지만 돈은 더 받은 셈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상·하반기 다음으로 많은 역대 반기 3번째 기록이다.
상반기 원유도입액 대비 석유제품 수출액 비율은 68.1%로, 지난해 상반기 54%, 하반기 60.7%를 크게 웃돌면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품목별 수출액은 나프타가 38.6%, 아스팔트가 0.9%, 기타제품이 1.5% 감소했으나, 나머지 제품 수출액이 급증했다. 항공유가 85.2%로 증가폭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윤활유 54.1%, 경유 48.3%, 휘발유 4.1% 순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난과 유가 급등 부담 속에서도 상반기 원유 도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했다"며 "정제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수 안정과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