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왜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화해야 하냐면
분산에너지 특별법 따른
지역별 차등 요금제 확정 수순
전국 4개 권역 산업용만 대상
실질적 효과 의문
전기국가 패권전쟁 시대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공감이 승패 좌우
공정한 전기요금 설계와 부과가
그 출발점 돼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처음으로 사회 이슈화한 이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부산진구갑에 출마해 석패한 후 고향 부산에서 야인 생활을 하던 때였다.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인본사회연구소 주관으로 2013년 11월 부산 비전 정책토론회를 갖고 ‘반값 전기료 운동’을 본격화한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머리맡에 이고 사는 부산과 울산 시민이 수도권과 같은 전기요금을 내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원전 반경 5, 10, 20, 30, 50km 이내로 구분한 후 주택용 전기료를 30~90%가량 지원해 반값 전기료를 실현하자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밀양 송전탑 갈등도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주장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반값 전기료 이슈는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김 소장의 부산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정치적으로 소비되고 말았다. 물론 김 소장은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후 발전소 주변 지역 전기요금 인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진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22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발의되면서였다. 전력 공급과 수요 지역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등 요금제 도입과 함께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마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균형발전 차원의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원전 주변 지역 지자체들의 목소리도 다시 분출했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발효되고 정부가 2026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실시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구체적 시행에는 미온적이었다. 2024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권으로 3분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차등화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발만 사기도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8월 중 공청회를 갖고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공론화 4년 만에 확정 수순을 밟게 됐다. 하지만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가정용이 아닌 산업용만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윤곽이 잡혀 실질적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기요금은 그 자체로 강력한 정책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기요금 체계는 원전 가동에 따른 주변 지역 주민의 고통과 장거리 송전에 따른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무시한 채 전국을 단일 요금 체계로 묶음으로써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왜곡하고 에너지 전환에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원전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에너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이 전기요금에 공정하게 반영돼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에너지 백년대계도 가능하다. 주택용 전기요금도 차등제가 적용돼야 마땅한 이유다.
영국 스웨덴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가 송전 거리가 멀수록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거리 정산 요금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예 발전한계비용, 송전혼잡비용, 송전손실비용을 다 고려해 노드별(발전기별)로 세분화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전의 만성적 적자 구조를 고려하면 원전 주변 지역 반값 전기료가 아니라 수도권 전기료를 인상해야 하는 게 국내 에너지 산업 생태계의 실상과 정의에 부합한다. 문제는 늘 이 대목에서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이 늦어진 것도, 산업용에만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는 것도 결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수도권 주민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기후에너지부 장관도 균형발전을 공개 석상에서 수시로 이야기하지만, 구체적 정책 집행에 들어가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끝을 낸다. 주택용 제외도 그렇지만 산업용 차등화로 기업들이 얼마나 지방으로 이전하고 투자할지도 의문이다.
이제 AI와 전기가 결합된 전기국가 패권전쟁이 시작됐다고들 한다. 석탄과 석유를 넘어, AI와 전기를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 패권을 거머쥐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신재생에너지의 믹스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공론화가 국가 안보와 미래를 가르는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공감이 중요하다. 공정한 전기요금의 설계와 부과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