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아도 뜻밖의 매력이 여운으로 남는 도시…대만 중부 타이중 여행
현대적으로 풀어낸 대만 전통 요리 산신
오리 요리 과정 공연처럼 즐기는 전압방
정교한 딤섬 요리로 유명한 후서위웨이
젊은층 소비 문화 엿보는 펑지아 야시장
개방형 펭귄관 최고 인기 타이중 해양관
해양 생태계 소중함 배우는 낚시문화관
자전거 산업의 현주소 자전거문화탐색관
지역 전통주 체험 ABAS 양조 스토리홀
대만 타이중에 있는 펑지아 야시장은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 번 들러 보는 필수 여행 코스다. 먹거리와 쇼핑, 젊은 활기가 뒤섞인 타이중의 밤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
‘대만은 여러 번 가봤다’는 여행자에게도 타이중은 의외의 도시다. 버블티의 발상지이자 대만 최대 야시장 가운데 하나를 품고 있으면서도, 미쉐린 레스토랑과 자전거 문화, 현대적인 미술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아쿠아리움까지 모두 갖췄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도시의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곳. 최근 타이중이 대만의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는 이유다.
도시의 첫인상은 요란하지 않았다. 대만 중부에 자리한 타이중은 화려한 랜드마크 하나로 여행객을 붙잡는 도시는 아니다. 대신 오래된 산업을 전시와 체험으로 바꾸고, 지역 음식을 미식 여행으로 풀어내며, 시민의 일상 공간을 관광객에게도 열어둔다.
산신의 랍스터 해산물 탕밥. 양보원 기자 bogiza@
■미쉐린부터 야시장까지
타이중 여행은 미식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산신’ 레스토랑은 대만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랍스터 해산물 탕밥, 족발 대만식 짜조 튀김, 생선 소금구이, 아스파라거스와 땅콩싹 볶음, 자라·돼지위 닭 보양탕 등 낯설지만 막상 먹으면 부담스럽지 않게 따뜻한 감칠맛을 자아내는 요리가 특징이다.
2020년과 2021년 미쉐린 가이드 추천 식당에 오른 ‘전압방’도 타이중을 대표하는 중식 레스토랑이다. 대표 메뉴는 오렌지 리큐어 향을 입힌 광둥식 로스트덕이다. 요리사가 테이블 앞에서 불꽃과 오렌지 리큐어 술로 향을 더하고, 얇게 썬 오리를 밥 위에 얹어 초밥처럼 말아낸다. 오리를 요리하는 과정을 공연처럼 즐길 수 있다.
후서위웨이의 완탕. 양보원 기자 bogiza@
‘후서위웨이’도 정교한 딤섬 요리로 잘 알려진 타이중의 유명 중식당으로, 미쉐린 빕 구르망에 여러 해 연속 선정된 곳이다. 전통 중식의 맛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다양한 메뉴를 통해 타이중 특유의 다채롭고 개방적인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샤오롱바오와 바닥을 군만두처럼 구운 승젠바오, 서태후가 피부 미용을 위해 즐겨 먹었다는 백목이와 연꽃씨를 넣은 디저트까지 대만식 중식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타이중의 맛은 레스토랑 밖에서도 이어진다. 밤이 깊어지면 펑지아 야시장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펑지아대학교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먹거리와 쇼핑, 젊은 활기가 뒤섞인 타이중의 밤 풍경을 담고 있다. 찹쌀 소시지 같은 길거리 음식이 골목마다 이어지고 옷과 화장품을 파는 상점도 늦게까지 불을 밝힌다. 야시장은 타이중의 젊은 식탁이자 젊은 소비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거리다.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우마이 샤부’도 좋은 선택지다. 타이중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1인 샤부샤부 브랜드로, 고급 식재료와 세련된 서비스로 최근 현지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중 해양관의 개방형 펭귄관. 양보원 기자 bogiza@
■타이중을 보고, 만들고, 느끼다
체험형 여행지도 많다. 타이중 해양관은 아이와 함께 찾기 좋은 공간이다. 전시는 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계곡과 습지, 하구를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흐름을 따라 구성됐다. 상류 구역에서는 맑은 물속에서 수수한 색상의 물고기를 볼 수 있다. 하류로 갈수록 물고기 색이 화려해진다. 이는 애완용 물고기를 무분별하게 하천이나 바다에 방류하는 실태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관상어를 해양관으로 가져오면 대신 키워주기도 한다.
해파리관과 개방형 펭귄관도 인기다. 상어와 가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물고기가 춤을 추는 대형 수족관도 갖추고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자연학습장이자 어른들에게는 포토존이 된다. 수족관이지만 타이중 해양관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강과 바다가 연결돼 있고 사람의 선택이 생태계를 바꾼다는 것이다.
가족 여행객이라면 낚시문화관도 들러볼 만하다. 실제 바다에서 낚시하는 듯한 가상 체험을 즐길 수 있고, 해양 쓰레기와 생태계보호의 중요성을 놀이처럼 배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아총스 토란문화관에서는 다자 지역 특산물인 토란으로 페이스트리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지역 농산물과 오래된 제조 기술이 관광객의 손끝에서 여행의 기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양보원 기자 bogiza@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여행 중 잠시 도심 속 예술의 숨결을 느끼며 숨을 고르기 좋은 장소다. 미술관과 도서관이 결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과거 공항이 있던 부지를 시민 공원과 문화시설로 바꿨다. 건물은 공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내부에는 책을 읽고 전시를 보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머문다. 이는 여행지가 꼭 소비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산업도 관광자원으로 변신
자전거문화탐색관은 타이중이 산업을 어떻게 관광으로 바꾸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자전거 기업 자이언트 그룹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자전거의 구조와 기술 발전 과정, 대만 자전거 산업의 성장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만은 섬을 자전거로 일주하는 ‘환도’ 문화가 발달해 있고, 공유자전거도 시민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곳에서는 가상현실(VR) 자전거 경주 체험도 할 수 있어 일행과 가벼운 내기와 함께 추억을 쌓기에도 좋다.
ABAS 양조 스토리홀의 전통주 시음 세트. 양보원 기자 bogiza@
ABAS 양조 스토리홀도 지역 양조 산업을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킨 대표 사례다. 방문객들은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하며 제조 과정을 체험하고, 양조 부산물을 식품 원료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생산 방식을 알아보며 구매도 할 수 있다. 대만 미소 문화관에서는 발효식품인 미소와 간장 제조 과정을 배우고 지역 산업과 관광자원이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지 직접 경험한다.
타이중은 첫눈에 반하기보다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도시다. 점심에는 딤섬을 먹고, 오후에는 자전거 산업을 배우고, 저녁에는 야시장을 걷고, 다음 날에는 도서관과 미술관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산업과 문화, 미식 경험이 하루 일정 속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타이중에서는 도시의 일상이 그대로 여행이 된다.
부산에서 타이중으로 가는 길도 2시간 30분 남짓으로 가깝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진에어 직항편으로 주 5회 운항한다. 진에어 항공권을 제시하면 할인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식당과 관광지도 많다. 짧은 일정·적은 예산으로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타이중을 추천하는 까닭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