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만성적 정비 인력 부족에 불거지는 부실 정비 의혹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최소 12명’ 권고
저비용항공사 5곳 대부분 요건 못 채워
항공기는 늘리면서 정비사 충원 뒷전
정비 부실 줄이려면 정비사 육성해야
경찰, 무안공항 사무실 등 3곳 압수수색
항공기 운항·정비 시설 관련 기록 분석
경찰이 무안공항 사무실,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등에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가운데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전후로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제주항공 비행기들의 긴급 회항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정비 부실 문제가 계속 언급되고 있다. 실제 지난 8년 동안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항공기 1대당 최소 정비사 수 요건을 충족한 LCC가 거의 없었다. LCC 정비 능력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로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 전반에 걸쳐 정비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2016∼2023년 동안 국토부가 권고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최소 12명’ 요건을 한 번이라도 충족한 LCC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유일했다. 제주항공은 2019년 12.04명을 기록하며 처음 12명을 넘겼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020년 11.39명, 2021년 11.92명, 2022년 11.65명에 그쳤다. 이스타항공은 2021년(56.5명)과 2023년(16.7)에만 요건을 충족했다.
두 곳을 제외한 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은 지난 8년 동안 국토부가 권고한 요건을 계속 충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LCC 업계 전반이 만성적인 정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비사 부족은 자연스레 항공기 결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더욱 문제가 된다. 애초 국토부가 2016년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 기준을 내세운 것도 LCC 안전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조치였다.
LCC 정비 인력 부족 문제는 이들 LCC가 지속해서 항공기를 늘리면서도 정비사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LCC 5곳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16년 93대에서 2019년 148대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31대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 LCC의 평균 정비사 수는 2016년 6.54명, 2017년 9.30명, 2018년 8.50명, 2019년 10.19명, 2020년 9.08명(이스타항공 제외), 2021년 10.34명, 2022년 9.19명, 2023년 10.94명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항공기가 38대 증가하는 동안 평균 정비사 수는 3.4명밖에 안 늘어난 것이다.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김광일 교수는 “교육 기관을 수료한 정비사가 실제 현장에 투입돼 숙련공이 될 때까지 통상 3~5년이 걸린다. LCC 측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정비사를 구하기에 급급한데,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이들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9시부터 무안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참사 관련 문제를 수사하기 위해 전남경찰청 나원오 수사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26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고, 이번 압수수색에는 수사관 30여 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한미 합동 조사와 별개로 항공기 운항·정비 시설과 관련한 전반적인 기록을 분석해 사고의 법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인 사고 원인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로컬라이저의 적절성, 항공기 정비 이력 등을 확보해 다방면으로 참사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