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공부하고도 일자리 없어 수도권으로 떠난다 [부산, 외국인 환대도시로]
2-일상 장벽에 막힌 유학생
정주 환경 고려해 부산 찾았으나
외국인 채용 냉대하는 분위기 속
일자리 구하러 서울로 이주 고민
지하철 옆자리 아무도 앉지 않고
보험 가입 등 생활 정보 소외받아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 여전해
‘K컬처의 나라’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이 선호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부산에도 2023년 기준 1만 4628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다. 부산에 사는 2002년생 동갑내기 20대 외국인 주민을 만났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부산외대 유학생 아이셀 라히믈리 씨, 적도 기니 출신의 부산외대 유학생 세구라 비레케라 비센테(온유) 씨, ‘워킹 홀리데이’로 부산에서 일하는 일본 출신 이시다 루나 씨에게 청년 외국인 주민으로서 부산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물어봤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부산에 사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차별’ ‘채용 시장에서의 냉대’ ‘일상에서의 생활 장벽’ 등 외국인에 대한 비우호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을 선택한 이유
△아이셀=한국 생활 2년이 지났다. 서울에 갈 수도 있었지만 여유롭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부산을 유학지로 선택했고, 예상이 맞았다. 서울의 빨리 변하는 문화가 내게는 버겁다고 생각했다. 부산에 사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온유=한국어를 하나도 못 하는 상태에서 한국에 왔다. 사실 한국이 유학 1순위는 아니었고 중국에 가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택지가 없어 2021년 한국에 입국했다. 부산외대에 입학하기 전, 충남 논산 건양대에서 한국어학당을 다녔는데, 살이 빠질 정도로 공부한 끝에 6개월 만에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땄다.
△루나=K팝 팬이라서 한국 문화에 계속 관심이 있었다. 고향인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시즈오카현립대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에 관심이 있고 한국어도 배워서 활용하고 싶어서 휴학하고 한국에 왔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동네에서 자라서 바다가 있는 부산을 선택했다. 부산도 크고 빠른 대도시여서 처음엔 힘들었는데 적응하고 나니 부산살이가 좋다.
■차별 문화 극복해야
△온유=지난해 10월 열린 엑스포 유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엑스포 프렌즈’로 참여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산 외국인 유학생 중 한 명으로 프랑스 파리를 찾았는데,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부산에서 유학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흑인으로서 한국에서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늘 있다. 친구들과 농담으로 “나는 지하철 특별권이 있어”라고 말하는데,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주변에 아무도 앉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친구가 보이스 피싱을 당해 함께 경찰서에 갔는데, 여러 가지로 쉽지 않았다.
△아이셀=졸업하면 부산에서 취직해 살고 싶다. 잡페어에 여러 번 참여해 봤는데 그때마다 부산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항공서비스학과여서 항공사, 호텔 부스를 방문했는데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아직 외국인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유학생은 대부분 일자리가 많은 서울에서 일하는데 부산 기업들도 외국인을 많이 채용하면 좋겠다.
■일상 속 장벽은 여전
△루나=한국에서 처음 부딪힌 어려움은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에 이력서를 보내도 답변이 없었다. 결국 일본인이 만든 한국 거주 일본인 대상의 생활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채용 정보를 찾아서 연락했고, 지금 일하는 카페와 겨우 연결이 됐다. 부산에 외국인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보험 가입 같은 외국인 대상 생활 정보도 안내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셀=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공통으로 말하는 불만이 있다. 나도 그랬지만 외국인이 외국인 등록증을 받기까지 보통 2개월 정도는 걸린다. 외국인 등록증이 없으니, 카드 발급이 어렵고 휴대전화 개설도 어려웠다. 전화번호가 없어 통화가 어려워 불안하고, 카드가 없으니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 부분만 개선이 되어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온유=외국인이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스페인만 해도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대학생들이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고 들었다. 스페인 정부에서 대학생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데 학교 시간표에 맞춰 근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학생을 채용하려면 사장님이 사업자등록번호를 제공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어 더욱 외국인 학생 채용을 꺼리는 것 같다. 공부가 끝나고 한국에서 산다면 취업 1순위는 부산이다. 가능한 날이 오면 좋겠다.
사진=이재찬 기자 chan@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