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개설·카드 발급까지 석 달 걸려”… 험난한 부산 신고식 [부산, 외국인 환대도시로]
외국인 유학생 등 150명 조사
행정·주거·금융 순 불편 겪어
정보 경로도 지인으로 제한적
공공영어행정서비스 구축 등
장기 거주 가능 환경 조성해야
부산에 사는 외국인 주민은 일상 생활에서 숙소 찾기, 은행 계좌·카드 개설, 행정 서류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일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언어나 제도 문제로 장벽이 되고 있다.
2일 부산외국어대학교 RIS시민영어교육센터(부산외대 RIS영어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부산 거주 외국인 주민(귀화자, 해외 동포, 외국인 유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행정 절차, 주거·숙소, 금융 순으로 생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부산 영어하기 편한 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부산외대 RIS영어센터가 ‘부산형 공공영어행정서비스 매뉴얼’ 마련을 위해 실시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미국 등 31개 국적 21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주민이 설문에 참여했다.
센터 조사 결과, 부산 생활에서 불편한 정보 탐색 분야(중복 답변 가능) 1위가 비자, 세금, 각종 서류 발급 방법 등 행정 절차(72명)였다. 그다음이 집 찾기, 임대 계약, 거주지 등록 같은 주거·숙소(65명), 은행 업무, 카드 개설, 환전, 송금 등 금융(63명)이 뒤를 이었다. 병원 찾기, 약국 정보 같은 의료·건강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답한 사람은 4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주거·숙소(39명), 행정 절차(34명), 금융과 의료·건강서비스(각 21명) 순이었다.
부산 외국인 주민이 일상 생활 정보를 얻는 통로는 공식 기관보다는 인적 네트워크나 온라인이 대부분이었다. 친구·지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115명, SNS가 82명, 페이스북 그룹, 카카오톡 오픈 채팅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59명이었다. 반면 시청 홈페이지 같은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은 50명에 그쳤다.
이들이 공식 정보보다 개인적 네트워크나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는 이유로는 공공·행정 온라인 서비스가 불편해서였다. ‘영어·기타 언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70명), ‘가입·로그인 절차가 복잡해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56명), ‘메뉴 구성·내용이 문자 중심이라 이해하기 어렵다’(40명), ‘통합 안내 서비스가 없어서 불편하다’(34명), ‘쉽게 검색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바일 시스템이 없다’(30명), ‘영어 제공이 되어 있어도 내용이 잘 맞지 않고, 최신 정보가 없다’(24명) 순이었다.
부산외대 RIS영어센터 권유리야 센터장은 “장기 거주를 위해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이 제일 처음 마주하는 문제가 은행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인데 발급까지 평균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며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부산 생활이 어렵지 않도록 공공영어행정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