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장면이 계속”… 금성호 생존자들 트라우마 호소
제주 해상 침몰 부산 선적 어선
한국인 4명·인니인 9명 구조돼
12일 부산·통영 병원 이동 치료
사고 당시 충격에 극심한 고통
동료 구하지 못해 자책하기도
참사 피해자 적극적 지원 필요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135금성호 침몰 사고에서 생존한 13명이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실종자 수색 속도와 더불어 처참한 사고를 겪은 생존자들에 대한 치료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135금성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 13명은 이날 모두 부산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각각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9명이다. 도착 즉시 한국인들은 영도의 한 병원으로 이동해 입원 치료와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인도네시아인들은 영사관에서 비자를 갱신한 후 숙소가 있는 통영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고 이후 이날까지 이들은 모두 경찰 조사와 진술 등을 위해 제주에 남아있었다.
이들 생존자는 사고 발생 이후 사고 현장인 제주에 머무는 내내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특히 사고 진술 과정에서 사고 당시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면서 고통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국선원노동조합 옥경화 조직국장은 “생존자들 모두 배에서 사고 시작부터 끝까지 눈으로 본 사람들이다 보니 동료들이 가라앉는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것 같다”며 “밥도 잘 못 먹고 계속 울고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특히 선원 다수를 구조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항해사 이 모 씨는 그 충격이 계속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 국장은 “동료들을 구했다는 사실이 주목받을수록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계속 회상하고 있는 것 같더라”면서 “사고 당시의 그 장면에 계속 갇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배에서 핸드폰과 지갑 등 모든 소지품을 두고 빈 몸으로 나와 지난 닷새간 제주에서 머물면서 이동과 가족과의 연락 등에도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원노조 측은 이들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부산과 거제, 통영에 차려진 동료들의 빈소를 가지 못한 점을 크게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참사를 경험한 생존자들의 고통이 장기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와 함께 참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겪은 생존자들은 피해자 수준의 고통을 호소한다”며 “참사 트라우마는 지금은 드러나지 않아도 언제든 위험한 형태로 터져나올 수 있는 만큼 직접 찾아가는 상담 등 적극적인 피해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생존자들의 검진 결과에 따라 지원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부산과 통영에서 생존자들이 각각 건강검진을 진행한 이후에 검진 결과를 보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비롯한 피해 정도를 파악해 지원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금성호 침몰 닷새째인 이날 해경과 해군 등은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펼치고 있지만 선체와 연결된 길이 1200m 그물로 인해 수중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추가 실종자 발견은 하지 못한 상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