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과도한 어획량 탓일까? 금성호 침몰 원인 ‘오리무중’
어선 복원력 상실 요인 불분명
어획물 옮기는 중 배 기울 수도
선박 노후 등 복합적일 가능성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금성호 사고 원인에 대해 당시 작업 상황과 선박 노후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12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금성호는 주로 고등어와 삼치 등을 잡는 대형 선망 어선이다. 대형 선망은 본선 1척,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이 선단을 이뤄 조업한다. 침몰한 금성호는 본선이다. 사고 당시 금성호는 고등어 등을 잡아 우현 쪽에 그물을 모아둔 상태였고, 오른쪽으로 전복되면서 침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들은 운반선에 1차로 어획물을 옮기고 나서 다음 운반선이 오기 전에 순간적으로 배가 뒤집혀서 사고가 났다고 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 해경은 어선의 복원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조사 중이다. 어선 복원력 상실 원인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당초 구조된 선원들이 해경 조사에서 “3~5번 나눠 잡을 양을 한 번에 잡았다”고 진술,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대형 선망업계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본다. 금성호 말고도 다른 어선에서도 어획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엔 금성호 수준으로 잡히는 일도 일반적이다. 사고 당시 금성호가 작업하던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다른 배도 500t 이상 분량의 고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망업계에서는 고기를 옮겨 싣는 과정에서 배가 기울 수 있다고도 말한다. 선원들은 조업 후 그물 안에 있는 고기를 떠 운반선으로 옮겨주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운반선에 1차로 옮긴 어획물이 1만 상자 정도라는 선원 진술이 있었는데, 한 상자에 20kg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첫 운반선이 싣고간 양만 200t 정도로 추산된다. 200t을 적재하려면 1~2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2시간가량이 경과하면 고등어가 죽어 어창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과정에서 무거워진 그물을 조정하다 어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선망업계 관계자는 “수십 톤의 죽은 물고기가 가라앉으면 그물도 밑으로 쳐지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그물이 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을 더 조으면 하중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해 선박 노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선망 선박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사 온 중고 선박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이기에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