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랗게’ 질린 코스피, 4거래일 하락 2410선대 ‘털썩’
전장 대비 2.64% 내려 2417.08에 마감
코스닥 지수도 689.65 기록 700선 붕괴
외국인 투자자 연일 ‘셀 코리아’ 행렬
달러 패권주의, 국내 증시 하락세 가속화
미국 주식 보관액 늘고 국내 거래액 ‘뚝’
시총 1위 삼성전자 5만 원 사수도 불안
국내 증시가 1년 만에 최악의 지수를 직면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4거래일 연속 ‘바이 코리아(Bye Korea)’를 외치며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달러 패권주의’에 따른 달러 강세가 증시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64% 하락한 2417.08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3일(2403.76)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코스피는 지난 5일 트럼프 당선 소식 이후 가파른 약세장을 보였다.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해 5.87%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1조 5175억 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2.94% 내린 689.65로 장을 마치며 700선이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부진 요인을 △트럼프 발 미·중 무역 분쟁 △달러 강세 △취약한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 등을 꼽았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 심화로 반도체 피해에 대한 우려가 코스피 하락 폭 확대로 이어졌다”며 “미국에 국한된 증시 호재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세계적 자금의 미국 쏠림으로 심화된 반면, 피해 국가로 평가되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수급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미·중 무역 분쟁 당시처럼 국내 증시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작용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우려는 반도체 대장주의 약세로 이어졌고,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이날 전장 대비 4.53% 주저앉은 5만 600원으로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며 ‘5만전자’도 위협받고 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 역시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주가가 9.03% 빠졌다.
특히 달러 강세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1원 뛴 1406.6원에 장을 마치며 여전히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KB증권 김지원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트럼프 트레이드는 숨고르기가 나타났으나,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돼 국내 증시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킹달러’ 현상에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자금 쏠림도 심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달러를 넘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013억 657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로 최대 규모다.
그러나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20조 원 수준이던 코스피·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이달 들어 15조 원대로 축소됐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