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마찰·대북 뒷전 우려에 ‘한국 핵무장론’ 고개 [트럼프 재집권]
1기 북미 회담 때 한국 패싱 논란
북과 재협상 때 또 협의 없을 수도
방위비 분담금 올릴 가능성도 커
핵무장 옵션 제기 필요성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북미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나 트럼프는 1기 재임 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호의적 자세를 유지해 온 만큼 북미 간의 대화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크다. 김정은 역시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을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가 협상 상대로 수월할 것으로 보고 보고 있다.
일단 북한이 지금까지 트럼프의 당선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전략무기 완성을 위해 도발을 거듭할 것이라는 게 안보 당국의 전망이다. 미 본토를 위협할 만큼 국방력을 완성한 후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편이 유리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당선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도발이 마무리될 가성은 낮다.
이 같은 맥락에서 향후 미국과 북한의 협상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후 상호 핵 위협을 줄이기 위한 ‘핵 군축 협상’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이 핵 군축 카드를 들고나올 때 트럼프 정권이 어떻게 나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이에 강 대 강으로 맞대응한다면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과 같은 북미 간 극한의 대립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북한은 불발로 끝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과거와 같은 비핵화 협상은 절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트럼프가 북한의 제안에 응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만 통제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의 ‘스몰딜’을 시도할 경우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긴밀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진다.
북한과 별개로 트럼프가 동맹의 가치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 주한미군 주둔과 미국 제공 확장억제 등에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반환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핵 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일체형 확장 억제’라는 개념을 정립한 바 있다. 트럼프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에 반영하자고 요구 중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대담에서 “내가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한화 13조 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는 양국이 지난달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1조 5192억 원의 9배에 가깝다.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기간에 늘어난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한국이 비용을 더 내거나 전개 횟수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대신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나 핵무장 잠재력 확보의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부차관보는 지난 5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북한 핵 공격에서 한국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북핵 억제)대안을 선호하지만,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