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부산일보 정독하다가 부친 고문한 친일경찰 단서 발견
창간 80주년 추억 공모전 성료
이상국 씨 '골든아카이브상' 사연
부친은 독립 유공자로 인정 받아
근현대사 단면, 시대의 역사 확장
감동상·인기상 14편 희소성 높아
‘골든 아카이브상’을 수상한 이상국 씨가 친일 경찰을 찾은 뒤 <부산일보>에 소개된 기사. 이 씨는 부친을 고문한 친일 경찰의 단서를 <부산일보>에서 찾았다. 이상국 씨 제공
창립 80주년을 맞는 〈부산일보〉가 독자와의 특별한 인연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한 추억 공모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부산일보〉와 동행한 개인의 성장사부터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린 사연까지, 독자들의 다양한 추억들이 쏟아졌다.
〈부산일보〉는 지난 6월 15일부터 8월 21일까지 ‘독자 추억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200여 건의 사연과 수집품이 접수돼, ‘골든 아카이브상’을 비롯해 14개의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심사위원들이 개별 채점 뒤 후보작들을 뽑아 집중 토론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외부 심사위원으로 부경근대사료연구원 김한근 소장, 부산대 김장환 문헌정보학과 교수, 부산도서관 박은아 관장이 참여해 작품의 의미와 함께 진정성, 희소성 등 다양한 관점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대상에 해당하는 ‘골든 아카이브상’에는 이상국 씨의 ‘부산일보와 함께한 친일경찰 추적 80년’이 선정됐다. 이 씨는 일제강점기에 독립 투사였던 부친을 고문한 친일 경찰을 찾기 위해 매일 신문을 정독하다 단서를 발견한 자신의 사연을 응모했다. 이 씨는 단서를 바탕으로 실제 친일 경찰을 찾아가 과거 행적에 대한 실토와 사과를 받아냈다. 이후 아버지는 유공자로 인정받았고, 이 씨는 유공자 발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 작품은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가 〈부산일보〉를 통해 극적인 돌파구를 찾으면서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대의 역사’로 확장된 사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감동상에는 총 3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배도식 씨의 ‘스크랩북과 책 발간’은 1960년대부터 부산일보 문화면을 중심으로 꼼꼼하고 방대한 스크랩을 만들고 책으로 엮은 작품이다. 노트에 차곡차곡 붙어있는 오래된 기사들은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신문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진환 씨의 ‘1963년 IOC 사료에서 부산일보를 만나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료에서 남북단일팀의 필요성을 역설한 〈부산일보〉 기사가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발굴한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남북단일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부산일보〉가 언론 중 이례적으로 민족 화합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냈다.
이수길 씨의 ‘내 인생의 몇 장면’은 경찰관 출신 사연자의 삶이 여러 차례 언론에 조명되며 인연을 맺어온 사연이다. 주요 강력 사건을 해결하면서 언론에 소개된 것 외에도 향토사 발굴, 언론사와의 교류 등 이 씨는 긴 세월 〈부산일보〉와 함께했다.
인기상 수상작 10편도 소중한 자료와 사연들로 채워졌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희소성 높은 사진이나 수집품, 〈부산일보〉를 통해 꿈을 키우는 사연 등이다. ‘골든 아카이브’ 상금 200만 원을 비롯해 수상자들에겐 모두 700만 원 상당의 상금과 상품이 주어진다.
부경근대사료연구원 김한근 소장은 “신문을 바라보는 독자를 넘어 신문과 호흡하는 시민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독자들은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획이었다”고 독자 추억 공모전 심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공모전은 신문에 기록된 기사뿐만 아니라, 신문과 독자들의 교감 자체도 발굴해 기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출품된 사연과 소장품 등에 대한 자료 등은 공모전 홈페이지(80.busa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