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없는 광역공소청 한계… ‘항고’ 절차 유명무실 우려
검찰, 재기수사 다음 달 2일 전 종결
공소청 출범 후 경찰·중수청이 처리
작년 항고 접수 2만여 건, 매년 증가
피해자 위한 실효적 통제 수단 필요
내달 2일 공소청 출범 전에 검찰이 재기수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지난 7월 국회 법사위에서 공소청 관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다음 달 2일 검찰청이 78년 만에 폐지되면서 억울하게 고소·고발이 무산된 피해자들의 구제 수단인 ‘항고’마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고를 심사할 광역공소청(현 고등검찰청)에 수사권이 사라져, 피해자가 불복해도 직접 다시 수사해 바로잡아 줄 권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3일 일선 검찰청에 ‘공소청 출범 대비 사건처리 기준’을 공지했다. 고검에서 재기수사 명령을 받은 사건은 가능한 다음 달 2일 안에 끝내고, 새로 재기수사 필요성이 발생하는 사건은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수사를 넘겨도 된다는 내용이다. 재기수사는 고검이 일선 검찰청의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을 때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내는 절차다.
공소청법 57조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이후 고소·고발인이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상급 기관인 광역공소청에 항고하더라도 공소청이 사건을 직접 재수사할 수 없다. 공소청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정된 제도 아래서 고소·고발인이 억울함을 풀기 위한 불복 절차는 경찰 ‘이의신청’, 광역공소청 ‘항고’, 고등법원 ‘재정신청’의 3단계로 이어지는 구조다. 재정신청은 공소청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직접 사건을 재판에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최종 구제 제도다. 하지만 중간 단계인 항고에서 광역공소청의 직접 수사권이 상실되면서, 불복 절차 전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광역공소청은 지방공소청을 거쳐 경찰이나 중수청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고검이 항고를 받으면 검사가 직접 재수사하거나 산하 검찰청에 재기수사를 명령해 사건을 바로잡아 왔다. 부산의 경우 부산고검에 항고가 들어오면 고검 검사실이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같은 강제수사를 벌여 혐의를 밝히고, 부산지검 검사 직무대리 명령을 받아 곧바로 기소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산하 검찰청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해당 검사실이 다시 수사하도록 했다. 반면 신설 공소청 체제에서는 이러한 직접 수사 방식이 불가능해지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법경찰이 다시 수사를 해야 한다.
차장검사 출신 한기식 더킴로펌 대표변호사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 검사실에서 직접 수사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결론이 나왔는데, 이제는 경찰에 요구만 할 수 있어 사건이 다시 내려가서 하세월이 될 것”이라며 “원래는 경찰 이의신청, 항고 절차를 거쳐 상위 기관의 판단을 받는 구조였는데, 이렇게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담보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절차만 복잡해지고 국가 수사력이 약화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매년 수만 건에 달하는 항고 사건이 이 같은 절차 지연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항고 접수는 2023년 1만 8639건, 2024년 2만 786건, 지난해 2만 80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도 1~7월 1만 3189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762건에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졌다.
특히 지방공소청 ‘사법통제부’가 광역공소청의 재기결정 사건을 전담하게 되면서, 보완수사 요구와 결과 확인 과정에서 매번 지방공소청을 거쳐야 하는 ‘이중구조’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법조계는 이 같은 절차 변화로 수사기관의 원처분 오류를 걸러냈던 사법통제 기능 자체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에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진 사건 중 상당수가 재수사를 거쳐 실제 재판에 넘겨졌던 전례를 감안하면, 피해자 구제의 마지막 보루가 흔들리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항고 절차가 재하도급 형태가 되면 미제사건이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