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 “거꾸로 세계지도 보면 대한민국 미래 바다에 있다”
2022년 봄 정계 은퇴 선언한 김 전 장관
지난달 17일 만나 거꾸로 지도 의미 피력
“우리 경제 떠받친 해운과 해양의 중요성
국민들에게 제대로 일깨우고 싶었다”
“지도 속 부산 대한민국 해양수도 증명”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사)인본사회연구소에서 만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거꾸로 세계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도를 뒤집으니 신기하게도 그간 안 보이던 게 보이지 않나요? 관성화된 발상의 전환이라는 의미를 넘어 결국 대한민국은 해양국가라는 점을 여실히 확인하게 될 겁니다.”
지난달 17일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2021년 3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고 이듬해 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영춘 전 의원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인물인 그는 2017년 6월 16일부터 2019년 4월 2일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장관 취임식에서 거꾸로 세계지도를 내걸고 “바다를 중심으로 배치한 세계지도를 바라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다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랜만에 거꾸로 세계지도를 받아들고 반갑게 웃음짓던 김 전 장관은 당시 지도 제작·배포 사업에 대해 묻자 이내 지도를 펴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지도의 맨 위 길게 표시된 남극 대륙과 맨 아래 북극해를 이어주는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그리고 전세계 주요 항로와 항구, 해양도시, 주요 원양 어종이 잡히는 어장 등이 크게 처리돼 눈에 들어올 것”이라며 “남극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 등 해수부의 해외 기지도 표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뒤이어 지도 한복판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아래, 대한민국을 가리키며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인해 북쪽으로는 아예 막혀 있는 섬보다 못한 섬나라인 탓에 바다를 활용한 수출입 무역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무역이 국가 경제를 지탱했고,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를 선박이 도맡아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해운과 해양의 중요성을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일깨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제조업과 기술 확보, R&D 연구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수십년간 묵묵히 국가의 생존을 책임져 온, 전세계 바다로 도전하며 나아갔던 해운산업의 역할은 더 잘 알려질 필요가 있었다. 그걸 조금이라도 일깨우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해양수도 부산이 바다로 향해 뻗어나가는 거꾸로 세계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그다.
농해수위 상임위원장 시절 남반구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꾸로 세계지도와 동원산업 김재철 명예회장이 1970년대 직접 제작한 어업용 거꾸로 세계지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는 김 전 장관은 취임 직후 해양수산 정보를 폭넓고 다양하게 담아 해수부발 거꾸로 세계지도를 다시 제작했다.
그는 “마침 그때는 해수부가 이명박 정부 때 없어졌다가 박근혜 정부 때 부활된 이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면서 아주 호되게 고생을 하고 난 뒤여서 부처 전체가 사기가 떨어져 직원들이 아주 힘든 시기였다”면서 “그래서 해양수산부 스스로 각오를 다지고 분위기를 쇄신해보자는 뜻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사)인본사회연구소에서 만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거꾸로 세계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당시 해수부는 거꾸로 세계지도를 액자에 넣어 정부 고위직 인사 100명에게 전달했다.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해양국가의 기상도 함께 설명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거꾸로 세계지도를 언급하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받으시는 분들마다 참신하네, 뒤집으니까 다르네, 다른 게 보이네, 넓은 바다로 향해 가는 대한민국 참 좋다 등등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며 “액자를 집무실에 걸고, 해양수산 상임위에도 걸고… 새로운 걸 깨닫게 해주는 지도라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해수부 산하기관과 해양수산 업계, 단체 등에서 많이 내건 덕분에 아직도 해양수산 현장에서 이 지도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지도 속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려 있는 도시고,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도시, 한국의 중심이면서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해양수도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 정부의 해양수산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빠르고 힘 있는 추진력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더욱 밀도 있는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대통령의 관심과 약속으로 해수부 사업이 정부의 핵심 과제라는 인식을 많은 시민들이 갖게 됐고, 이로 인해 부산에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비전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다만, 금융혁신지구 지정 이후 부산에 한국거래소, 캠코 등 금융기관이 이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엄청난 경제 효과를 일궈내지는 못했던 사례를 들며 “해양수도 부산으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됐고, 앞으로 더 잘 실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도 부산 정책이 똑같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해양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재차 방범을 찍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0일에 열린 해수부 창설 30주년 기념식에 초대돼 받은 감사패를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해수부를 지킨 많은 전임 장관 중에서 그를 포함한 3명이 초대돼 감새패를 받았다. 해운재건 정책과 어촌뉴딜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 대한 해수부 직원들의 감사가 담겼다. “열정을 쏟아 무언가를 일구는 데 이바지하고, 그걸 또 누군가가 알아주고 인정해준다면 참 보람되고 뿌듯한 일이 아닐까요?” 그는 해수부와 해양강국의 힘찬 앞날을 응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