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손님 노린 ‘가짜 양주 조직’… 조직원엔 가혹행위도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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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총책 등 61명 검거·1명 구속
서면 유흥업소 5곳서 술값 부풀려 가로채
1년 6개월간 1000명에게 35억 상당 판매
목표 할당량 못 채운 조직원 사우나에 감금
헬스장서 강제 운동 시키거나 자해도 강요

가짜 양주와 해외 도피 자금, 범행 장부 등 압수품. 부산경찰청 제공 가짜 양주와 해외 도피 자금, 범행 장부 등 압수품.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서면 일대 유흥 주점에서 만취한 손님에게 가짜 양주를 판매해 장부상 수십억 원대 매출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총책과 실장들은 판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내부 규율을 어긴 하부 조직원들에게 가혹행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장 가운데 1명은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서면 일대 유흥 주점 5곳을 거점으로 가짜 양주를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범죄 단체를 결성한 혐의(특수상해·사기 등)로 총책 등 61명을 검거해 1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해외로 도피한 총책과 실장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하고, 이들에게 도피 자금 2억 원을 제공하려 한 조직원도 추가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4월께부터 해당 주점에서 총책과 실장, 마담, 웨이터, 호객꾼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객꾼이 만취한 손님을 주점으로 데리고 오면 선결제를 유도했다. 이어 손님이 만취해 잠들면 미리 알아낸 휴대전화 패턴이나 비밀번호를 이용해 부풀린 술값을 몰래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손님이 먹다 남긴 양주를 한 병에 모으고 부족한 양은 홍차 등을 섞어 새 제품처럼 둔갑시켰다. 이후 손님 앞에서 뚜껑을 새로 따는 것처럼 연출해 가짜 양주라는 사실을 숨겼다. 범행을 알고 있던 업소 소속 여성 접객원 등은 손님의 흥을 돋우며 가짜 양주를 계속 마시도록 유도해 잠들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 12권을 분석해 이들이 약 1년 6개월 동안 35억 원 상당의 가짜 양주를 판매한 내역을 확인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58명의 피해 진술을 확보해 약 1억 원의 피해액을 확인했다.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피해 진술을 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조직원이 헬스장에서 원판을 든 채 ‘무한 러닝’에 혹사당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조직원이 헬스장에서 원판을 든 채 ‘무한 러닝’에 혹사당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총책과 실장들은 하부 조직원을 통제하기 위해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조직원들에게 역할별 판매·영업 할당량을 부과했으며, 일부에게는 평일 15만 원, 주말 20만 원 상당의 할당량을 정했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거나 내부 규율을 어기면 영업이 끝난 당일 새벽이나 아침에 곧바로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조직원을 고온의 사우나실에 감금하거나 헬스장에서 강제로 운동을 시킨 게 대표적인 수법이다. 또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가 하면 자해를 지시하고, 겨울철 바닷물이나 얼음물에 들어가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실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하부 조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총책과 실장들은 조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불시에 검사하다 경찰 신고 사실을 알아챘고, 이후 신고에 관여한 조직원들을 여러 장소에 감금했다. 경찰은 감금 사실을 파악한 뒤 해당 장소에 출동해 조직원들을 구출하고 범죄 가담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이승주 계장은 “이번 사건은 남성 취객이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과 유흥업소 출입 사실을 밝히기 꺼린다는 점을 악용한 조직적인 사기 범행”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을 침해하는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도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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