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의 타임 아웃] 독이 든 성배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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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부 기자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에게는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부임할 때는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구할 ‘구원 투수’라는 단어가 감독에게 따라붙는다. 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날 때는 예외 없이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는 말로 불명예 퇴진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24년이 지났다. 그 사이 13명의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가장 길게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았던 파울루 벤투(2018~2022년) 감독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2년 이후 임기를 채운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 허정무, 최강희 감독 뿐이었다. 모두 경질되거나 중도 퇴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홍명보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사퇴라기보다는 무너진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여론에 따른 경질에 가까웠다.

한국 축구는 다시 감독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선임되는 감독은 얼마나 한국 축구를 이끌 수 있을까. 감독이 바뀌면 새로운 기대가 피어오른다. 새로운 선수가 국가 대표에 선발되고 감독의 색깔이 팀에 덧입혀진다. 하지만 몇 경기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 다시 감독의 이름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다. 경질론으로 대표팀은 흔들리고 그는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다. 수 십년째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공식이자 병폐다.

감독 교체의 목표는 월드컵, 아시안컵 등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축구’의 색깔을 보여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감독 한 사람만의 역량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건 이제 축구팬들도 안다. 선수 육성, 대표팀 운영, 감독 선임 절차, 협회의 행정력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홍명보 감독의 문제점은 단순히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가 아니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을 월드컵에서 선발 출전시키지 않아서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문제의 시작은 감독을 어떻게 뽑았는지부터였다.

되묻고 다시 되짚을 때다. 홍명보 감독이 잘했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감독을 제대로 뽑았는지 말이다. 감독 선임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했는지, 감독에게 충분한 권한이 있었는지, 감독에게 어떤 축구를 기대하고 운영을 지지했는지 같은 밑그림부터 다시 그릴 때다.

이제는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결말을 보고 싶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감독은 그만 보고 싶다. 성배에 처음부터 독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성배의 주인을 찾는 과정, 성배를 마시는 과정에서 독이 피어나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살펴봐야 한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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