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연임 불추진 선언이 건전한 개헌 논의 출발점
개정 위해 임기 단축 가능성까지 언급
오해 불식하려면 명확한 입장 밝혀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위해 자신의 임기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헌을 위한 임기 단축 발언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골프 회동에서 만난 이 대통령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에 찬성했다고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직접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낡은 1987년 헌법 체제를 극복하고 그동안 급변한 시대 변화에 발맞추려면 개헌은 필요하다. 특히 현재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보완은 물론 중앙집권적인 정부 권력을 줄이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등의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대통령 권한 중 일부, 즉 감사원 관할권이나 총리 추천권, 인사권 일부 등을 국회에 넘기는 등으로 대통령 권한과 의회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이 대통령 개헌의 방향성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개헌 추진엔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다시 불을 지핀 개헌론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냉소적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본질은 ‘연임 추진’과 ‘사법 리스크 해소’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의식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개헌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추진되려면 이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연임 불추진을 명확하게 못 박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임기 단축 기간도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된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지난 4월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의 전문 명시와 계엄 통제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헌법 개정안의 핵심 의제인 지방분권에 대한 내용이 실종돼 ‘선거용 졸속 개헌’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재정권과 입법권 부여는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릴 시급한 사안이다. 여야가 참여하는 속도감 있는 개헌 논의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 대통령의 이번 개헌 제안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과 여당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한층 명확하게 피력,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건전한 숙의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