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가구 ‘정전’시킨 까마귀들… 북구에 유독 많은 이유는?
8·9일 구포·화명·금곡동 피해
한전 “전력 설비 조류 접촉 추정”
낙동강·구도심서 먹이 쉽게 구해
산기슭 아파트 키 큰 나무도 한몫
지난해 12월 부산 북구 화명동 와석교차로 일대에서 포착된 까마귀떼. 최근 북구에서는 까마귀 등 조류가 전력 설비에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전이 이틀 연속 발생했다. 부산일보DB
부산 북구에서 까마귀 등 조류가 전력 설비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되는 정전이 이틀 연속 발생해 2000가구 가까이 피해를 입었다. 금정산과 낙동강을 끼고 아파트 단지에 높은 조경수가 들어선 북구가 큰부리까마귀의 ‘도심 서식지’로 자리 잡으면서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 7분 북구 구포동 일대 981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한국전력공사는 복구 작업을 진행해 1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7시 15분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시는 까마귀가 전력 설비에 접촉하면서 이번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4시 34분에도 북구 화명동과 금곡동 일대 986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한전은 복구 작업을 통해 1시간 뒤인 904세대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고, 같은 날 오후 8시께 나머지 82가구에도 전력을 다시 공급했다. 한전은 해당 정전 역시 까마귀 등 조류가 전력 설비에 접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구에는 수년간 까마귀가 일으킨 정전사고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2021년 7월 덕천동에서 까마귀가 전력설비를 건드려 1시간가량 정전이 발생했다. 이듬해 1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까마귀가 전신주 퓨즈를 쪼아 북구문화예술회관과 부산실내빙상장의 전력 공급이 80분간 끊겼다. 하지만 이틀 연속 까마귀 탓에 대규모 정전이 이어진 것은 확인된 사례 가운데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조류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북구의 높은 까마귀 서식 밀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정산과 맞닿아 있는 데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키 큰 조경수가 많아 둥지를 틀기 좋고, 낙동강과도 가까워 먹이를 구하기 쉬운 등 까마귀가 서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큰부리까마귀는 산기슭에 있는 키 큰 나무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도심 개발로 산기슭에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큰부리까마귀의 서식지가 파괴됐다. 그러던 중 2000년 이후에 건설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지 내 조경수를 잇따라 심기 시작했고, 큰부리까마귀가 아파트 조경수로 자연스럽게 터전을 옮겼다는 설명이다.
같은 금정산 자락에 자리한 금정구와 북구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금정구는 산과 맞닿아 있지만 도심화가 상당 부분 진행돼 까마귀가 둥지를 틀 만한 키 큰 수목이 상대적으로 적고, 도심 곳곳의 공원을 중심으로 일부 개체가 서식하는 데 그친다. 반면 북구는 금정산 자락과 아파트 단지가 맞닿은 지역이 많고 단지 안에 번식하기 좋은 키 큰 조경수도 풍부해 까마귀가 밀집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북구에 낙동강이 흐르고 건축물이 밀집하지 않은 평지가 많다는 점 역시 큰부리까마귀가 터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천변은 먹이가 풍부하고, 구도심 내에서 음식물 쓰레기 등을 포함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구와 사하구도 낙동강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는 북구와 환경이 비슷하지만, 사상·사하구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키가 큰 조경수목이 드물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조류 박사는 “키 큰 조경수가 많은 북구는 산기슭에 자리해 큰부리까마귀 서식지 특징에 정확히 부합하고, 하천변과 평지도 많아 까마귀가 먹이를 구하기도 다른 구에 비해 용이하다”며 “이 같은 이유로 큰부리까마귀 개체가 북구에 대거 밀집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