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더위 먹은 밥상 물가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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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17세기는 소빙하기의 여파로 기근과 냉해가 반복되던 기후 재난의 시대였다. 1670년(현종 11년) 7월엔 때아닌 우박과 서리에 이어 눈까지 내렸다. 서리가 일찍 내려 추수를 눈앞에 둔 작물이 죄다 말라 죽었고, 달걀 크기의 우박이 내려 성한 곡식이 없었다. 기온 하강 현상은 혹독한 겨울 추위로 이어졌고, 이듬해에는 심각한 봄 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 갔다. 가뭄 뒤엔 홍수가 발생해 전염병과 가축병까지 겹쳤다. 제주도에서 함경도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대재앙으로 식량은 고갈됐고, 아사자들이 속출했다. 민생은 파탄에 내몰렸고, 사회는 불안의 늪으로 빠졌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참혹했던 ‘경신대기근’(1670~1671)의 참상이다. 1670년 경술년과 1671년 신해년에서 앞자리를 따 명명한 경신대기근은 기후변화가 불러온 조선판 재앙이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극심한 폭염과 가뭄 등 극한 기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남 양산은 역대 최고 기록인 42.5도를 기록했다. 또 부산, 경남 김해, 울산 울주에선 심각한 가뭄이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은 부산 422.4mm, 김해 351.4mm, 울주 402.8mm에 그쳤다. 평년 강수량과 비교하면 부산은 47.4%, 김해는 45.8%, 울주는 50.2%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603.0mm로, 평년 736.5mm의 82.3%에 그쳤다.

무더위로 인해 오이, 애호박, 시금치 등 채소류는 생육 부진으로 출하량이 감소했다. 시금치 소매가격은 한 달 새 152%나 급등했다. 남부 지방 주요 농경지에서는 사과, 배, 포도 등 과수의 피해가 심각하고 밭작물은 생육 부진을 겪고 있다. 가을 수확 시기를 앞두고 폭염 장기화, 강수량 감소,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 우려가 크다. 폭염으로 닭, 오리, 돼지 등 폐사 가축이 늘고, 고수온으로 양식 어류 폐사가 속출하며 축산·수산 분야 피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해 농수축산물 생산량이 감소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압력도 높아진다. ‘더위 먹은 밥상 물가’가 서민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치솟는 농축수산물 가격을 보며 어느덧 일상에 깊이 파고든 기후 위기를 실감한다. 폭염은 일시적인 계절 재난을 넘어 먹거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정부가 기후 변수를 경제·물가 전망에 상시 반영해야 할 시대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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