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폭염, 내 건강상태 알아야 이긴다 [검진으로 건강한 여름나기]
만성질환자, 탈수·온열질환 취약
수분 빠지면 체온조절중추 마비
혈전으로 심근경색·뇌졸중 유발
콩팥병·당뇨환자 탈수 위험 커져
심혈관질환, 소화기 증상과 유사
소변량 감소 의식저하 땐 검사 필요
연말 피해 휴가철에 쾌적한 검진을
여름철 폭염과 탈수는 심뇌혈관 질환의 강력한 유발 요인이다. 온열질환 초기에는 소화불량과 같은 소화기 이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사진은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동부지부 의료진들의 위 내시경 검사 장면.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동부지부 제공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폭염이다. 외출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휴가철을 이용해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조용한 휴식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굳이 여행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쉬면서 건강검진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건강검진은 내 몸의 안부를 물어보고 지친 심신을 되돌아 보기에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온열질환과 탈수
여름은 우리 몸의 혈관과 면역력에 비상등이 켜지는 위험한 계절이다. 흔히 심뇌혈관 질환을 겨울철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역시 만만치 않게 위험하다.
기온이 치솟으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다량의 땀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탈진이나 체온조절 중추가 마비되는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탈수로 인해 혈액의 농도가 끈적끈적해지고 혈류 속도가 느려지면, 이는 혈전을 생성하는 원인이 된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을,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유발하게 된다. 온열질환이 심뇌혈관 질환으로 곧장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다 실내와 바깥 사이에 극단적인 온도 차이까지 발생한다. 폭염이 내리쬐는 실외와 에어컨 바람으로 서늘한 실내를 반복해서 오가다 보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혼란에 빠진다.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혈압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게 된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런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동부지부(원장 김경민)는 최근 여름철 기온 변화에 취약한 혈관 건강을 집중 점검할 수 있는 심뇌혈관 정밀 검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고해상도 3.0T MRI 장비를 활용해 심전도, 뇌 MRI·MRA, 경동맥 초음파, 심장초음파 검사 등이 가능하다.
김경민(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은 “여름철에는 단순히 더위를 먹어서 기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가슴통증이나 의식저하 등의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통해 심장질환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만성질환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면 땀과 함께 수분과 전해질(나트륨, 칼륨 등)이 함께 손실된다. 땀을 많이 흘리면 건강한 사람은 물론이고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탈수와 온열질환에 훨씬 취약해진다.
만성콩팥병과 심부전 환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탈수 현상이 일어나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급성 신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심부전 환자는 탈수로 혈액량이 감소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어지럼증이나 실신 위험이 증가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수분 부족으로 혈당이 상승하면 소변량을 증가시켜 탈수를 더욱 악화시킨다. 심한 경우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자율신경 기능 저하로 혈압 조절이 어려워진다. 치매 환자는 탈수로 인해 혼란, 섬망, 의식 저하가 일어나기 쉽다. 만성 폐질환(COPD)이 있는 경우에는 탈수로 기관지 분비물이 끈적해져 가래 배출이 어려워진다. 호흡곤란과 폐 감염 위험도 증가한다.
기존의 만성질환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뇨제나 항고혈압제, 일부 당뇨병 치료제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할 경우에는 탈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심부전이나 말기 신장질환처럼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권고한 수분 섭취량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심한 어지럼증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이상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폭염과 탈수로 자극받기 쉬운 기저질환자의 경우 ‘대사증후군 및 전해질 분석 혈액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또 공기 대신 인체에 빠르게 흡수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검사 후 복부 팽만감과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인 ‘CO2 위내시경 검사’ 도 추천할만 하다.
김 원장은 “온열질환 초기에는 소화불량과 같은 소화기 이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 상담·검사 여름철에 더 유리
대개 건강검진은 찬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나 연말에 치르는 ‘올해의 마지막 숙제’ 쯤으로 여긴다. 실제로 전체 수검자의 40% 이상이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집중된다. 이 시기의 검진센터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예약은 몇 달 전부터 전쟁이고, 검진 당일에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지루한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
연말에는 위장, 대장 내시경과 초음파 등 인기 검진상품은 예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원하는 날짜와 검사시간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여름철은 연말의 검진 러시와 비교해 상당히 한산하고 여유롭다. 의료진의 집중도 높은 상담과 꼼꼼한 검사를 받을 수 있어 겨울철보다 훨씬 유리하다. 김 원장은 “건강관리의 핵심은 우리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다. 휴가철 건강검진으로 건강한 여름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