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고 그림 그리는 삶"… 먹과 붓질로 스며든 비판적 내면의 풍경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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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째 평론집·개인전 동시에 펼친 강선학 작가
글과 그림 순환에서 찾아낸 비언어적 감성의 세계
30일까지 리빈갤러리 전시, 9월엔 출판 기념회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수묵적 사유를 다시’라는 제목의 18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강선학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수묵적 사유를 다시’라는 제목의 18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강선학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강선학의 18번째 미술평론집 <사물들, 다양체의 관능들>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강선학의 18번째 미술평론집 <사물들, 다양체의 관능들>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최근 18번째 미술평론집 <사물들, 다양체의 관능들>(뮤트스튜디오)을 펴낸 강선학 작가가 ‘수묵적 사유를 다시’라는 제목의 전시를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지난 4일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그가 1985년 수묵화로 첫 전시를 연 이래 18번째로 열리는 개인전이다.

"2년에 한 번꼴로 전시를 열었습니다. 거의 책을 내고 전시를 하는 삶이었죠. 지지난달 18일에 18번째 평론집을 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개인전마저 18번째라 ‘18’이라는 숫자가 세 번이나 겹쳤네요.”(웃음)

그가 미소를 지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글쓰기와 그리기를 병행하는 내 욕망에 대해, 창작으로 다 풀지 못한 아쉬움이 이론으로 이어지고, 이론으로 충족되지 못한 미진함이 다시 창작으로 순환하는 소회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 듯하다”라고 설명한다. 남의 작품은 세심히 들여다보면서, 정작 자신의 그림은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이기도 하다.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선정’(禪定).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선정’(禪定). 리빈갤러리 제공

전시는 리빈갤러리 제1·2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산수’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며, 몇 점은 스님이 ‘선정’(禪定)에 든 장면을 표현했다. “‘은산철벽’이라고 할까요? 화두를 들 때 오도 가도 못하고 앞뒤가 꽉 막혀 있는 듯한 상태일 수 있겠죠.” 혹여 작가 자신의 심경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강선학이 펼쳐 놓은 산수 속 풍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 눈에도 제법 익숙한 장면이 대부분이다. 나무 몇 그루와 바위, 물가, 배,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을 가진 작가를 닮은 한 남자가 등장한다. “내면을 향한 시선”이라는 범박한 소재가 그가 다루는 대상이다.

그림을 그린 종이의 크기와 색깔은 제각각이다. 마음에 드는 화선지를 찾지 못해, 그리고 배접에 대한 불신 때문에 처음부터 두 겹 종이(이배지)나 세 겹 종이(삼배지)를 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먹이 번지는 느낌보다는 붓의 움직임과 붓질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에 공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덕분에 그림 속 대상이 종이에 스며들기보다는 그리는 행위와 그리는 사람의 움직임에 더 눈길이 간다. 수묵화 고유의 미감이 다소 옅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강선학의 '산수' 작품. 리빈갤러리 제공

“풍경화를 그리려고 산수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며, 화려한 표현 효과를 노리기보다 단번에 직입하는 비언어적 감성을 위해 회화성을 최소화했다”라는 그의 말처럼, 먹이라는 전통 재료가 가진 고답적이고 관념적인 성격이 현대회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이번 전시는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종이와 먹 본연의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의 작품을 액자 없이 맨 종이 그대로 전시했다.

강선학의 18번째 미술평론집 <사물들, 다양체의 관능들>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강선학의 18번째 미술평론집 <사물들, 다양체의 관능들>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한편, 2024년(제3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한 18번째 평론집에는 부산을 중심으로 발표한 비평을 다섯 개의 장으로 엮었으며, 최근 수년간 발표한 비평을 묶어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사유를 담아냈다. ‘지역 미술은 지방주의에 밀폐되어 있는가’, ‘부산미술 2023년을 돌아본다’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특히 지역 미술을 서울과의 비교나 중심과 주변의 위계 속에서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어법으로 말하고 보고 표현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출판 기념회는 9월 12일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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