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충돌] 야 "호남 당심 얻으려 기업 팔 비틀어" 여 "지역 갈등 조장"
국힘 TK 현역 "정치적 논리" 공세
한동훈 "명백한 정치 개입" 성토
민주 "기업의 자발적 선제적 투자
산업용수·확장성 등 경쟁력 충분"
이인선 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두고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당심을 얻고자 기업의 팔을 비튼다며 일제히 비판했고, 민주당은 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야당이 정치 논리로 해석해 오히려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맞섰다.
장동혁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니가 가라 호남’을 압박하고 있고, 청와대 김용범은 초과이익 분배를 또 끄집어냈다”면서 “거위 배를 가른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지방선거 이전부터 새만금 지역으로 반도체 공정을 이전하라는 요구가 나오더니, 7월 1일 전남광주통합시 출범에 맞춰서 발표할 것이라든가 민주당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호남 민심을 얻을 비장의 카드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면서 “반도체 하나만이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끼고 가꿔야 할 산업임에도 정권의 목적에 의해 팔 비틀기식으로 결정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반도체공장 입지 결정을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 전대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며 “균형발전은 중요한 정책목표이지만 전략산업의 입지를 정치가 먼저 지정하는 순간, 우리는 균형도 경쟁력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가세했고,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하 의원도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업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라면 그것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TK를 홀대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들 의원들은 이날 회견문에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산업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민간기업의 투자 판단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지역 갈등 조장”이라며 반발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안도걸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으며 근거 없는 비판과 지역 갈등 조장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경제적 판단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전남은)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안정적 전력 공급 능력과 풍부한 산업용수, 넓은 산업 용지, 미래 확장성 등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입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정부가 강요하거나 좌우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해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영남이나 충청, 강원, 제주, 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략 산업 다극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의 핵심 인프라는 그것대로 고도화하고, 동시에 지방 곳곳에 새로운 산업경제 기반을 구축해 모두의 성장 시대를 반드시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에 관한 구체적 청사진을 곧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호남·충청 반도체 제2클러스터 조성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영남권 등 타 지역의 소외감이 커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