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트남 '슈퍼시티'의 경고… 부울경 통합, 지체 안 돼
손종현 코리아씨이오서밋 포럼 이사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초대 회장
최근 필자는 2025년 한 해 동안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 등 주요 경제권을 일곱 차례 방문했다. 비즈니스 현장과 NGO 활동, 그리고 KCS 포럼 콘퍼런스를 통해 마주한 베트남의 기세는 단순한 발전을 넘어 ‘국가적 구조 개편’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이 1%대 저성장의 늪에서 신음할 때, 베트남은 전년도 8% 성장에 이어 올해 두 자릿수(10%) 성장이라는 경이로운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그 폭발적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만난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비결은 바로 ‘행정구역 대통합’이라는 결단이었다. 베트남은 2025년 기존 63개 성·시를 34개로 과감히 통폐합했다. 특히 경제 수도 호찌민과 인접 산업 거점인 빈즈엉성, 물류 허브인 바리아붕따우시를 하나로 묶어 구축한 ‘남부 슈퍼시티’는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를 던진다.
우리가 추진하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행정 통합은 베트남의 이 모델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금융·서비스의 중심 부산, 세계적 제조 역량의 경남, 산업의 심장 울산의 결합은 호찌민권이 통합 시너지를 내는 방식과 판박이다. 과거 베트남 역시 성(省) 간 행정 장벽으로 인한 물류 지체와 중복 투자가 고질적 문제였다. 하지만 통합 이후 칸막이가 사라진 자리에 효율성과 속도가 들어찼다. 우리가 행정 경계에 막혀 예산을 낭비하고 금쪽같은 기회를 놓치는 사이, 베트남은 거대 광역 경제권을 앞세워 글로벌 자본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부울경 통합은 단순히 영남권만의 생존 전략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고질병인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룰 실천적 해법이다. 부울경 통합의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수도권 과밀화 해소의 유일한 대안이다. 서울에 필적하는 제2의 경제권이 남부에 형성된다면, 비정상적인 집값 폭등과 출퇴근 지옥에 시달리는 수도권의 과밀 압력은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다.
둘째,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 문제의 돌파구다. 좁은 수도권에서 극한의 생존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부울경 메가시티는 새로운 ‘성장의 사다리’이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부울경만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 언제까지 대기업 유치에만 목을 멜 것인가. 부산을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약속이 나온 지 오래다.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를 동남권 발전의 중추로 적극 활용하여, 수도권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해양·물류·금융 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베트남은 우리를 벤치마킹하던 나라”라는 안일한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평균 연령 32세의 젊은 1억 인구가 행정 구조까지 날렵하게 개편하며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멈춰버린 대한민국 경제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해서는 부울경 시·도민은 물론 정치권의 대결단이 절실하다.
베트남이 증명했듯, 행정의 벽을 허물어야 자원이 집중되고 시너지가 폭발한다. 성장의 사다리를 다시 세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부울경 통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숙명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