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교통정리를 하며 알게 된 행복
젊은 시절 나는 스스로 충무로 배우 못지않게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근사한 얼굴에 멋진 모습으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꿈을 꾸며 살았다. 하지만 나를 반겨주는 직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취미가 바둑과 장기를 두는 것이라, 사회에 나와서 바둑을 지도하면서 살았다. 시간이 갈수록 얼굴이 변하는 걸 알았다.
어느 날 수강생이 웃으면서 오는데, 순간 놀랍고 부끄러워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대학 동기가 여자친구와 바둑을 배우러 온 것이었다. 친구는 대기업에 취업하여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그 뒤로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한동안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에는 주름이 파이고 짜증이 가득한 눈빛이 보였다.
경비반장을 하는 친구가 경비원을 추천해 시험을 보고 합격을 하였다. 경비원 생활은 쉽지 않았다. 민원인의 말에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도로를 계속 걸어가면서 울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새로 받은 근무지는 횡단보도다. 경광봉을 흔들면서 민원인들이 편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차량을 통제한다. 아침마다 경광봉으로 질서유지를 하니 어느덧 민원인의 수호천사가 된 느낌을 받는다.
경비원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횡단보도에서 열심히 교통 근무를 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교통정리를 하면서 고민이 사라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멋진 얼굴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행복은 얼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송하균·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경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