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초등학교 폭격, 미군의 참혹한 실수"…트럼프는 "잘 모르겠다"
NYT "예비 조사 결과, 미군 표적 설정 오류 탓"
"이란 소행" 주장하던 트럼프 "잘 모르겠다"
지난 3일(현지 시간), 한 이란 여성이 여자 초등학교 오폭으로 인한 희생자 장례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소 17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란 여자초등학교 폭격이 미군의 표적 설정 오류 때문일 수 있다는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현지 언론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들과 조사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군 예비조사에서 지난달 28일 발생한 이란 초등학교 폭격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학교 인근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기지를 겨냥했으나 이 과정에서 표적 설정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교 건물은 과거에는 군사 기지의 일부였으나, 2015년부터 담장이 세워져 분리됐고 같은 해 중반부터 2016년 초 사이엔 별도 입구도 추가됐다. 이어 2022년에는 담장이 추가로 설치됐다.
WP 보도에서 한 취재원은 폭격 당시 미군 측은 학교 건물을 공장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취재원은 학교 근처에 무기고가 있었다면서 미국이 실수로 학교를 폭격한 것인지, 잘못된 정보로 학교 건물을 해당 무기고라고 오판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WP에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공격 좌표를 설정했을 때 국방정보국(DIA)으로부터 제공 받은 오래된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당시 DIA가 제공한 '표적 코드'는 학교 건물을 군사 표적으로 분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NYT 보도에서 당국자들은 이번 결과가 예비 조사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래된 정보가 사용됐던 이유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 등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최근 수십년간 미국이 저지른 가장 참혹한 군사적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란 남부 미나브에 있는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 당한 뒤 시민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남성(왼쪽)이 피해 학생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당 폭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첫날인 지난달 28일 오전에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에 있는 여자초등학교가 파괴됐고, 당시 학교에서 수업 중이던 어린이와 교사 등 최소 175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보건 당국은 밝혔다.
이후 이란은 현장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 사진을 공개했으며 NYT 등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해당 파편이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의 부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문제의 폭격이 이란이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예비 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가 나온 이날에는 관련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초등학교 참사에 대해 "내 의견과 내가 본 것에 근거하면, 그것은 이란이 한 짓"이라고 말했고, 전날 연 회견에서도 '이란도 토마호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오하이오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학교 폭격이 미군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현지 시간)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학교 오폭 사건을 조사해야 할 내부 감찰 기구를 이미 무력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명의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해 '살상력' 강화라는 자신의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민간인 피해 감소 목적인 '민간인 보호센터' 등의 인력을 200여 명에서 40명 미만으로 대폭 줄였다.
특히 이란 작전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에서 민간인 사상자 문제를 담당하는 팀은 기존 10명에서 1명으로 축소해 사실상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