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프로젝트 57%, 되레 탄소 만드는 ‘짝퉁 친환경’에 투자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1. 탄소중립 기여도
LNG발전 2조 8268억으로 36% 차지
수소연료전지 1조 6191억으로 21%
둘 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해
태양광·풍력 등은 해외 투자 비중 높아
LNG발전 쏠림은 재생에너지 걸림돌
녹색채권은 기후위기가 등장 배경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에 금융자본을 투자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게 녹색채권의 목적이다. ‘탄소중립’ 기여도가 핵심 가치인 셈이다. 국내 녹색채권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소에 투자하는 녹색채권
탄소중립의 핵심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드냐’다. 화석연료는 그 자체로 상당한 탄소 배출량을 내뿜으며 에너지가 되며,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게 한다. 아무리 전기차가 보급되어도, 화석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면 탄소 배출을 피할 수 없는 이치다.
그동안의 국내 녹새채권 중 에너지 생성·관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발전 분야)은 59개로, 전체 발행액은 7조 7462억 원이었다. 발행액은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LNG발전, 수소 연료 전지, 바이오매스 발전 등에 쓰였거나 쓰일 예정이다.
발전 분야에선 36% 비중을 차지한 LNG가 가장 규모가 컸다. 전체 발행액은 2조 8268억 원으로, 모두 LNG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에 쓰였다. 이 중 2조 2125억 원(78%)은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발전 등 공기업이 발행했다.
LNG발전은 화석연료를 쓰는 만큼, ‘그린워싱’ 논란의 중심에 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과정에서 LNG발전은 석탄발전의 50~70%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석탄발전보다 낫다는 이유로 친환경 마크를 붙이기엔,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여전히 너무 많다.
LNG발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수소 연료전지로, 1조 6191억 원이 발행됐다. 녹색채권이 투입된 수소 에너지들은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수소와 LNG발전을 합치면 4조 4459억 원으로, 녹색채권의 에너지 프로젝트 57%가 탄소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수소 연료전지의 수소는 주로 LNG나 석유화학 부산물에서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통상 수소 생산량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한다. 물을 재생에너지로 분해하면, 탄소 배출이 없이 ‘그린수소’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생산 단가가 비싸, 국내에 그린수소는 제주도 한 곳에서만 나온다.
기후솔루션 정석환 연구원은 “자료를 검토 결과, 녹색채권이 투자된 수소 에너지는 예외 없이 모두 그레이수소였다. 그린수소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며 “그레이수소는 결코 청정에너지가 아니지만, 그린과 그레이 구별이 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종이 뒤집힌 발전 분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1조 4517억 원), 풍력(4980억 원), 수력(3816억 원) 발전에 투자된 녹색채권 발행액은 모두 2조 3313억 원이다. 재생에너지 전부를 합쳐도 발행 규모가 LNG발전보다 적다.
더욱이 미국 태양광 발전에 477억 원, 요르단 풍력발전 345억 원 등 최소 4811억 원이 국외 재생에너지 발전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생에너지에 쓰인 채권의 20% 정도 규모다. 그만큼 녹색채권이 국내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한 정도는 줄어든다. LNG발전과 수소 연료전지의 경우 99% 이상이 국내 설비에 직접 투자됐다.
국내 녹색채권의 에너지 프로젝트는 주종이 뒤집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확정할 당시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과정의 과도기적 경제활동”이라며, LNG발전을 녹색경제활동에 포함했다. LNG발전을 전환단계 보조적 수단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재생에너지가 보조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LNG발전 등에 쓰인 녹색채권은 이들 발전시스템을 고착해, 오히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녹색채권이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유럽에서도 LNG발전을 전환에너지로 인정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EU의 경제부흥 프로그램인 NGEU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녹색채권의 에너지 프로젝트 발행액 중 90.3%가 태양광·수력·풍력·지열 등 재생에너지였다. 나머지는 저탄소 바이오매스였으며, LNG발전은 없었다.
미국의 녹색채권도 태양광, 풍력 등에 집중투자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LNG발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지속가능성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사실상 발행 시도가 거의 없다. 세계적으로는 녹색채권이 투자한 에너지 프로젝트 80%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추산한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고동현 팀장은 “LNG나 그레이수소를 녹색에너지로 취급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규모가 재생에너지를 압도하고 있다는 건 탄소중립 취지에 완벽한 역행이다”며 “LNG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것을 넘어 전환을 막고 있는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