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틀막’ 부르는 후보자 구애, 표심 얻으려다 민심 잃을라 ['선거 불편' 이제 그만]
['선거 불편' 이제 그만] 유권자 괴롭히는 유세 소음
질병청 ‘130dB 이상 고통’ 분류
선거법 150dB까지 허용 엇박자
3년간 권익위 민원 2만 건 달해
확성기 배제 ‘무소음 유세’ 신선
지난 21일 부산 부산진구에서 진행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한 출마자의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이 후보 연설을 듣고 있다. 정종회 기자
“기호 ○번입니다! 여러분 한 번만 믿어주이소!”
지난 22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교차로 곳곳에 유세차량 3대가 각각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각 정당 선거송과 후보 이름, 구호 등을 외치는 확성기 소리가 사거리 전체를 뒤덮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귀를 막거나 얼굴을 찌푸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산교차로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42) 씨는 “이른 아침부터 음악과 고함 소리가 쏟아진다”며 “손님이 통화를 못 할 정도라 문을 닫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음 수준은 상당했다. 이날 취재진이 스마트폰 소음측정기 앱으로 유세차량 3대가 몰린 교차로 인근을 측정한 결과 순간 최고 소음은 88데시벨(dB)까지 치솟았다. 특히 유세차 바로 옆에서는 선거 음악과 구호가 겹쳐 들리면서 장시간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귀가 먹먹했다.
취재진이 측정한 수치는 법정 상한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시민들은 일상 생활을 방해받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직장인 박 모(31) 씨는 “출근길마다 확성기 소리를 듣고 나면 하루 시작부터 피로하다”며 “정책은 안 들리고 소음만 남는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선거 후보자나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가 사용하는 자동차 부착 확성장치의 소음 상한을 정격출력 40kW(킬로와트) 이하, 음압 수준 150dB 이하로 제한한다.
문제는 해당 기준이 정작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선거 소음 제한 기준이 없는 것은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소음 상한선이 처음 도입됐다.
150dB은 일반적인 생활 소음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철도변 소음은 약 100dB, 자동차 경적은 약 110dB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이 제시하는 소음 기준에 따르면 130dB 이상은 사람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분류된다.
소음 기준이 이렇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관련 부처에 접수되는 민원 신고 건수도 상당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범정부 민원시스템에 수집된 ‘선거 유세’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총 1만 9949건이 접수됐다.
현행법상 선거운동용 차량 확성장치와 휴대용 확성기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시민들이 출근 준비를 하는 이른 아침이나 퇴근 후에도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부 후보들은 무소음 유세를 선언하기도 한다. 광주 광산구청장 선거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박병규 후보는 앰프와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소음·경청소통 선거운동’을 선언했다. 경기도의원 선거(양주시 제2선거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한섭 후보는 대형 유세차량 대신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비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