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미 증시 ‘자고 일어나면 최고가’
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상승세
비트코인 9만 달러 돌파 눈앞
가상자산 시총, 국내 증시 2배
다우·나스닥·S&P 모두 최고치
코스피 석 달 만에 2500선 붕괴
비트코인과 뉴욕 증시 투자자는 매일 아침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즐겁다. ‘트럼프 랠리’로 자고 일어나면 연일 전고점 돌파다. 박스권에 갇혀 ‘박스피’란 불명예를 안은 코스피는 국내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1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1억 2551만 원을 기록했다. 빗썸에선 1억 256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달러로는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8만 8606달러를 나타냈다. 대선 직전 6만 800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친화적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 사상 처음 8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이날 장중 8만 9000달러까지 올라서며 9만 달러 돌파도 눈앞에 앞두고 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불장’에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3년 만에 3조 달러(한화 약 4210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일 이후 약 25% 급등했다. 특히 가상자산 전체 시총은 국내 증시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 세계 증시의 시총을 집계하는 매크로마이크로에 따르면 전일 국내 증시의 시총은 1조 7065억 달러였다. 비트코인 시총은 1조 7427억 달러다.
국내 가상자산 하루 거래대금도 3년 만에 20조 원을 넘겼다.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은 20조 287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조 원대를 넘어선 것 역시 2021년 불장 이후 3년 만이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 일일 거래대금은 17조 9043억 원이었다. 가상자산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온도 차는 극명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트럼프 랠리에 3대 지수 모두 최고치로 연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 4만 4000선을 돌파했고, S&P500 지수도 최초로 6000선을 뚫었다. 나스닥 지수 역시 1만 9298.76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반면 코스피는 석 달 만에 2500선이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94% 급락한 2482.57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2500선 아래로 마감한 것은 이른바 ‘검은 월요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08억 원, 1093억 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2% 넘게 빠졌다.
반도체 대장주의 약세가 코스피 하락세를 이끌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3.64% 주저앉은 5만 30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다시 경신했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3.53%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전망돼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어 1403.5원을 기록한 점도 국내 증시의 악재로 작용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