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전세금 193억 가로챈 40대, 법정 최고형 15년 선고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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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동부지원 이범용 판사
검찰 구형 13년보다 높은 형 선고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193억 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이범용 판사는 23일 사기,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무자본 갭투자로 건물을 구입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시켜 주겠다고 임차인들을 속이고 전세 계약을 체결해 157명으로부터 보증금 193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 판사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채무를 부담하게 된 20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신혼부부, 사랑하는 자녀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며 더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 부모들 등,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주변 사람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처하게 될 상황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범행을 계속 이어 나가면서 피해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돈을 편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망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등 범행 수법이나 피해 규모, 사회적 심각성 등을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죄책 이상의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 이하인데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 ‘경합법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판사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이 판사는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도 건넸다. 이 판사는 “피해자들이 제출하신 탄원서들을 읽으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어쩌면 피해자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는 심정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여러분들의 미래에는 또다시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지금의 시련은 지나갈 것이니 지금까지 잘 해오신 것처럼 희망을 잃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떼인 상황에서 HUG로부터 전세금 역시 보장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HUG를 상대로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재판 결과가 관심을 끈다. 부산에서 진행된 민사 재판 중 현재 전세 피해자 측의 손을 두 번, HUG 측 손을 한 번 들어줬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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