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단계적 대응 나선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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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북한에 병력 철수 및 군사협력 중단 촉구 '외교적' 활동
북한에 '핵심 군사기술 제공될 경우 우크라 '직접 지원'도 검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군 파병으로 촉발된 북·러 군사협력으로 동북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독자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도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북한군 파병 문제와 관련, 북한을 향해 병력 철수와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 전선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이 요청한 대표단도 빠른 시일 안에 파견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조만간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미 간에 고위급 차원에서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서도 대외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상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1일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정부는 “북한군 즉각 철수를 촉구하며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로 NSC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지난 1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정부는 아직 북한군이 전투현장에 투입되기 전인 점을 감안해 우선 철군을 촉구하되,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단계와 러시아가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단계 등으로 나눠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지뢰탐지기, 구급차 등 비살상 무기나 물품 지원 방침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파병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이미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해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한 것을 넘어서는 ‘직접 지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제공한 대가로 핵이나 미사일, 정찰위성 등 핵심 군사기술을 제공받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핵과 정찰 기술을 고도화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운용하는 전략 미사일 기지를 찾았다. 북한이 전략 미사일 기지의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상기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략 미사일 무력이 “전쟁 억제력의 중추를 이루는 핵심 역량”이라며 “전략 미사일 무력을 우선적으로 해 무력 전반을 기술 현대화하는 것은 우리 당이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는 국방건설전략의 중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략 미사일 기지들을 더욱 현대화, 요새화하고 모든 기지들이 각이한 정황속에서도 임의의 시각에 신속히 적수들에게 전략적 반타격을 가할 수 있게 철저한 대응태세를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수풀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또 전략 무기를 모아두는 지하 벙커 속 터널로 보이는 장소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사진을 공개한 것은 접근로가 험난한 비밀 장소에 현대적 요새 형태로 기지를 조성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과 글라이더 활공체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둘러보는 사진도 공개됐다.화성-18형은 정상 각도로 발사 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으며 극초음속 미사일은 궤적이 불규칙해 기존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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