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장례업체 아니면 안 돼” 공영장례 허점 수두룩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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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청, 업체 4곳과 협약
타 업체엔 비용 지원 안 돼
빈소 못 차리고 바로 화장해야
입관 지침 없어 참관 실랑이도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 부산영락공원 산골 시설인 영락정에서 70대 무연고 사망자 문 모 씨를 위해 지인이 약식 제물상을 차려 술을 올리고 있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 부산영락공원 산골 시설인 영락정에서 70대 무연고 사망자 문 모 씨를 위해 지인이 약식 제물상을 차려 술을 올리고 있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부산에서 행정적인 문제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를 치르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 병원 연락을 받고 시신을 인수한 장례업체가 기초 지자체와 협약을 맺지 않았단 이유로 공영장례 자격이 되는 무연고 사망자가 빈소도 없이 화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영장례 매뉴얼이 없어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등 부산 공영장례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서구청은 장례업체 4곳과 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진행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유족이 없거나 가족 관계가 단절된 주민 공영장례를 서구 대학병원 장례식장 2곳과 다른 장례업체 2곳에 맡겼다.

문제는 서구청과 협약을 맺지 않은 업체는 공영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점이다. 요양병원 등에서 연락을 받고 시신을 인수한 업체들은 빈소를 차리지 않고 바로 화장하는 ‘무빈소 직장’을 진행해야 했다. 서구청이 협약된 업체 외에는 공영장례 비용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반빈곤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병원에서 숨진 70대 무연고 사망자 문 모 씨 빈소도 결국 차려지지 않았다. 공영장례 자격이 돼도 협약을 맺지 않은 업체가 시신을 인수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영정사진도 준비됐는데 빈소가 없었던 게 미안했던 지인이 지난 10일 약식으로 제물상을 차려 문 씨를 떠나보냈다.

서구에서 올해 진행한 공영장례는 부산 다른 기초 지자체보다 적은 편이었다. 부산반빈곤센터가 올해 1월부터 10월 17일까지 기초 지자체 부고로 집계한 통계에서 서구가 치른 공영장례는 17건이었다. 사하구 55건, 부산진구 49건, 북구 46건, 사상구 40건, 영도구 36건, 해운대구 35건 등보다 절반 이상 적은 수치다.

부산반빈곤센터 임기헌 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인이 직접 주관하려 해도 본인이 추가로 비용을 들여야 해 쉬운 일이 아니다”며 “개인이 공영장례 협약을 맺은 장례업체로 시신을 옮기는 것도 어렵고, 구청에서 요청한다 해도 기존 장례업체에서 안치비 등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일부 업체만 협약을 맺은 행정 편의주의로 무연고 사망자들이 존엄한 마무리를 할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예산을 다 쓴 것도 아닌데 선택된 무연고 사망자만 공영장례를 치르는 건 그 취지와 배치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생활지원과 관계자는 “고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아무 업체나 공영장례를 치르지 않도록 검증 과정을 거쳐 장례업체를 선택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공영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업체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공영장례 진행 과정에서 입관 절차 등에 명확한 매뉴얼이 없어 실랑이가 일어난 사례도 확인됐다. 공영장례를 치른 부산진구 60대 무연고 사망자 입관이 지난 18일 진행됐는데, 지인 참관이 가능한지를 두고 옥신각신 말이 오갔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청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지인이 입관을 보길 원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결국 장례업체 측에 입관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리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매뉴얼에 구체적인 사안이 없는데, 부산시에 관련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건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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