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간장게장과 시알 파리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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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하는 반찬을 일컬어 흔히 밥도둑이라 한다. 우리 식탁에서 밥도둑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굴비다. 하지만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어서 나만의 밥도둑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밥도둑 하면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음식은 바로 간장게장이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은 간장에다 살아 있는 게를 푹 담근 후 절이기를 반복해서 만드는 한국 음식이다.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난 배우 김수미 씨는 자신의 시그니처 요리로 간장게장을 꼽을 정도다. 간장게장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파는 곳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 보니 한국을 방문하면 간장게장을 찾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영화 ‘어느 가족’으로 유명한 일본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간장게장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간장게장 맛의 원천은 감칠맛이다. 간장의 쿰쿰한 발효 향과 게의 비린내가 작용해 만든 맛이다. 이 때문에 처음 맛 들이기가 다소 어렵다. 하지만 쌀밥과 만나면 달라진다. 밥의 달고 무던한 맛과 간장게장 맛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감칠맛을 내는 마성의 음식으로 변한다. 일부 미식가들은 간장게장이야말로 밥도둑의 끝판왕이라 말하곤 한다. 이런 간장게장을 외국인들도 조금씩 알아가며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 BC카드가 발표한 최근 3년(2022~2024년)치 외국인 음식 결제 데이터 자료를 보면, 간장게장은 올해 3위에 올랐다. 1위는 치킨, 2위는 중식이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6위를 기록했던 간장게장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간장게장을 외국인이 즐기고 있다는 것은 의외다.

프랑스의 시알 파리(SIAL Paris)는 식품산업 전문가와 투자자 등이 모이는 유럽 최대 식품박람회다. 독일의 아누가, 일본의 푸덱스와 함께 세계 3대 식품전시회로 꼽힌다. 한데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시알 파리 2024’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김치, 잡채 등 인기 있는 우리 음식과 함께 서양인들에게는 다소 난도 높은 간장게장을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한류에 대한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경험 욕구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이참에 미식의 나라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인들이 감칠맛 나는 간장게장 맛에 제대로 빠져들었으면 한다. 우리의 밥도둑이 시알 파리를 지렛대 삼아 세계인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한식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길 바란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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