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미래성장 벤처펀드 운영, 수도권 투자사 독무대 우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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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업 투자 11개사 심사 통과
대부분 수도권 기반 대형 투자사
수익 거둔 후 떠나는 문제점 제기
유망 벤처사 지역 이탈 가능성도
“재투자 등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식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식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부산의 중소·벤처기업에 중점 투자하기 위한 1000여억 원 규모의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운영사 공모에 수도권 투자사(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벤처 투자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펀드가 시작도 전에, 수도권 투자사의 잔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은행과 부산시가 주도하는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의 지역리그 운영사 선정을 위한 서류심사에 총 11개 투자사가 통과했다. 이번 펀드는 지역·수도권·글로벌리그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리그는 부산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다.

문제는 지역리그 서류 통과 11개 투자사 중 6곳이 수도권 투자사이거나 이들이 참여한 운영사라는 것이다. 4개 투자사가 수도권에 기반을 둔 대형 투자사이며, 나머지 2곳은 부산에 기반을 둔 투자사와 수도권 투자사가 협업해 참여한 형태다. 최종 지역리그 펀드 투자사엔 6곳이 선정된다. 현재 서류 통과 투자사를 대상으로 PT발표 등 심사가 진행 중이며, 최종 운영사 선정은 이르면 이번 주 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상황 대로라면, 수도권 자본과 접점을 둔 투자사가 최종 심사를 압도적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한 투자사 관계자는 “자금 동원력이나 펀드 운영 실적 등 지역 투자사가 밀릴 수밖에 없다”라며 “지역 투자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펀드가 자칫 수도권 투자사의 독무대가 되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 미래성장펀드는 부산시, 산업은행, 부산은행 등이 참여해 조성한 1011억 원 규모의 펀드다. 지역 주도 모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안에 2580억 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지역리그 결성액은 576억 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지역리그는 부산에 본사 또는 지점을 둔 투자사만 지원할 수 있지만, 수도권 투자사도 본사나 지점을 부산에 두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도권 투자사의 지역 유입 효과는 기대 이하로 평가된다. 수도권 투자사의 ‘먹튀’ 우려가 커진다는 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투자사는 수익을 거둔 뒤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수도권 투자사의 부산 유입을 위한 센텀시티 ‘센탑’에는 공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투자사의 참여가 부산 유망 벤처기업의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연스레 수도권 투자사와 지역 벤처 간 교류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더 많은 투자를 바라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도권 투자사의 자금력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부산 유망 기업이 수도권 투자사를 따라 ‘탈부산’ 할 수 있다는 거다. 업계 전문가는 “지역 투자사의 자금 출처는 지역의 중견기업이나 기관이다. 이들이 스타트업 투자로 수익을 보고 다시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상적인데, 수도권 투자사가 펀드를 운영하게 되면 결국 자본와 기업이 수도권에서만 도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수도권에 비해 지역 투자사의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 투자율을 높이는 투자사에게 가점을 주는 등 지역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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