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정치인 출신 줄줄이 ‘낙하산’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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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도시공사에 김척수·이수원
벡스코는 시장 캠프 출신 홍성률
전문성 없는 보은인사 비판 자초

부산시 산하 양대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상임감사에 정치권 인사가 나란히 임명됐다. 민선 8기 들어 박형준 시장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시 주요 산하기관 요직에 중용되는 등 ‘보은 인사’ ‘코드 인사’기류가 짙어지면서 시의 공공기관 혁신 드라이브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15일 자로 부산교통공사 신임 상임감사에 김척수 전 부산시의원을 임명했다. 6대 부산시의회 의원을 지낸 김 신임 감사는 2016년과 2020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 사하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는 이성권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아 출마를 접었다. 김 감사는 당시 박 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이 의원의 당선에 힘을 보탰는데, 이번 감사 임명이 그에 따른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는 이날 부산도시공사 상임감사에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임명했다. 정의화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이 신임 감사는 정 전 의원이 국회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는 ‘정의화 사단’을 대표해 박 시장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이들 감사 임명 과정에서는 공모 단계에서부터 시 안팎으로 사전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박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 당선 후 첫 산하기관장 인사에서 캠프 출신을 배제한 전문성 위주 인사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이 같은 인사 원칙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벡스코 상임감사에도 역시 정치권 출신인 홍성률 전 시의회 부의장이 임명되면서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공공기관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고 조직의 청렴성을 높여야 할 감사직이 논공행상 자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부산시설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이성림 전 KNN 부회장은 박 시장 재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시의회와의 갈등 등으로 중도 사임한 황기식 전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대표 역시 박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다.

시 산하기관 요직에 박 시장 캠프 출신과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낙점되면서 시의 산하기관 쇄신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 주변의 빈약한 인력풀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보니 당장에 손쉬운 ‘코드 인사’로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시 관계자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나 디자인진흥원처럼 전문 영역이 명확한 자리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종합적인 관리·경영 능력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자리에는 그에 맞는 인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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