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인권 유린 ‘영화숙·재생원’ 유해 암매장 추정지 조사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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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설립 부랑인 수용시설
14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일대
피해자 9명과 현장 조사 나서
매장 확인 땐 국가에 발굴 권고

진화위는 지난 14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영화숙·재생원 유해 매장 추정 부지 현장 확인을 진행했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협의회 제공 진화위는 지난 14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영화숙·재생원 유해 매장 추정 부지 현장 확인을 진행했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협의회 제공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1950~1970년대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의 집단 수용시설 ‘영화숙·재생원’ 유해 매장 추정 부지 현장 확인에 나섰다. 진화위는 “원생들의 시신을 시설 뒤쪽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피해자들의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진화위는 지난 14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영화숙·재생원 유해 매장 추정 부지 현장 확인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영화숙·재생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직권 조사를 진행해 온 진화위가 그동안 피해자들의 진술들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원생들이 암매장됐다고 추정되는 현장 확인에 나선 것이다.

부산의 집단 수용시설 영화숙·재생원은 1951년 설립 당시 50여 명을 수용하던 소규모 시설 영화숙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6년 영화숙·재생원으로 확대됐다. 당시 부랑인으로 여겨진 사람들이 이곳에 납치돼 집단 수용되는 일이 자행됐으며, 수용자들을 상대로 강제 노역과 폭행이 이뤄지는 등 인권 유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숙·재생원은 부산시와 부랑아 수용에 관한 위탁 계약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진화위는 이날 영화숙·재생원 피해자 9명과 함께 현장을 찾아 옛날 사진과 현재 지도를 대조하며 암매장 추정 위치를 확인했다.

현장을 확인한 진화위 담당 조사관은 “시신을 소나무에 묶어 뒷산 나무뿌리 구덩이에 묻었다는 피해자 이야기를 듣고 확인차 나섰다”며 “피해자 진술 조사 결과 원생들의 시신을 시설 뒤쪽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암매장 추정지를 둘러보며 국가 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친구들을 생각하며 참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는 “재생원에 있을 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친구가 죽어서 들것에 실려나가는 것을 봤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당시 그가 인근에 묻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진화위 조사가 이뤄지며 피해자들과 함께 현장에 방문해 이야기를 맞춰 보니 일치하는 지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진화위가 유해 발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국가에 권고할 수 있다. 국가 또는 지자체는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유해 발굴에 나서야 한다.

2022년엔 진화위가 경기도와 국가를 대상으로 소년 수용소인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희생자 유해 발굴 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경기도는 희생자 유해 발굴에 착수했다.

이번 달에는 진화위가 국가 사과, 유해 발굴 등을 권고한 실미도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유해 발굴에 나섰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협의회 역시 진화위 직권조사가 마무리되면 부산시에 유해 발굴을 요청할 예정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조사 중이라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유해 매장 추정지가 확인된 경우, 내부 논의를 거쳐 진실규명결정서에 유해 발굴 권고가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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