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기후 재앙의 전조 현상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불규칙적이었던 이상기후 현상들
재앙 향한 일련의 흐름으로 보여
“설마” 하면서도 의구심 거두지 못해

운칠기삼. 일의 성패는 노력보다 운에 달렸다는 뜻이다. 사실 최선을 다해도 운이 나쁘면 실패할 수 있다. 적절한 때에 좋은 사람을 만나야 성공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를 조율할 수 없다.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운이다. 사람들은 운 좋은 일들을 보고는 말한다. 곧 성공하려고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반대로, 가장 무섭고 나쁜 일 또한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의 연속선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공포영화의 핵심은 클라이맥스를 향하면서 나타나는 음울한 전조 현상들이다. 안 좋은 일들이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공포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그래서 긴장한다.

올해 여름 기상기후 뉴스는 공포영화의 시작 부분과 비슷하였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바다가 촉발한 대형 태풍과 허리케인이 북반구 동쪽 해안을 강타했다.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으며 9월이 한참 지나서도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철의 기온을 기록하였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까지 소환하여도 9월 기온이 여름처럼 더웠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며칠 전 허리케인 밀턴이 24시간 만에 ‘카테고리 5’로 성장하면서 중심기압이 900mb 밑으로 내려갔다. 미국의 베테랑 기상 캐스터가 울먹이며 10시간 만에 중심기압이 50mb 감소한 상황을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묘사한 방송이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공포영화 혹은 재난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예고한 듯한 전조 현상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것 같다.

기후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학계는 우리의 기후 시스템이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져 재앙 같은 상황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한다. 티핑 포인트는 시스템의 안정도가 깨지는 지점으로 작은 자극에도 급격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안정도가 약해지므로 하나하나의 이벤트들이 시스템의 전체를 흔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앙이 오기 전에 이를 미리 알 수 있을까. 즉, 공포영화의 전조들처럼 재앙을 예견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존재해서 이를 통해서 재앙을 미리 알고 예측할 수 있을까.

몇년 전 스웨덴 스톡홀름의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 학생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불규칙적인 진동에 영향을 받는 시스템이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 불규칙한 진동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의문을 품었다. 우리는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불규칙적인 진동들이 우연히 규칙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만약에 당신이 1주일 후까지 10억 원이란 돈을 벌어야 한다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만 그래도 가장 가능성이 큰 일련의 방법들을 선택할 수 있는가. 복권 당첨 혹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파생상품에 적극 투자하기 등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지만 아마도 여러 방안들 중 다른 것과 비교해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혹은 루트로 이루어진다. 오전 9시까지 직장에 출근하는 방법은 수없이 존재할 것이다. 지하철을 타서 음악을 들으면서 갈 수 있으며,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고, 건강을 위해서 일찍 조깅으로 출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이 적은 대박과도 같은 일은 단 하나의 최적의 경로가 존재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주인공 이단이 불가능해 보이는 방법을 고안해 내면서 “이 방법밖에 없다”라고 팀원한테 말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박사 학생과 함께한 연구는 논문으로 출판되었고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시스템이 극단적인 변동을 보이려면 불규칙한 진동, 즉 확률적인 요소들이 특정한 패턴과 크기로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야만 한다. 가장 최적의 경로는 질서정연하게 일어나야 하는 우연적인 요소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큰 성공을 하려면 좋은 일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일어나야 하듯이 물리적인 시스템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비정상적인 변화를 겪으려면 불규칙적인 진동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는 운이 필요한 것이다.

복잡하고 거대한 지구 시스템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연구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과학적으로 전조 현상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들이 가지는 전체 변화에서의 역할을 밝히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구촌의 기상기후 뉴스들을 접하고 나면 그런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기상재해들이 현재 기후 재앙을 일으키기 위해서 일련의 규칙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설마”라고 되뇌면서 ‘그렇지는 않겠지라’고 믿으면서도 하나씩 맞추어 보는 로또 번호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