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온천천 통합관리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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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으로 꼽히는 게 온천천이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범어사 뒤편 골짜기에서 발원해 금정구를 지나고 동래·연제구를 거쳐 수영강으로 흘러든다. 총연장은 14.13㎞.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흑룡강’이란 오명이 붙을 만큼 수질 오염과 악취가 심했다. 이곳은 물론 장전·명륜·건너·미남·사직·거제·안락천 등 14개 지류에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마구 유입된 데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횡행한 탓이다.

온천천은 2005년부터 조금씩 생태 하천으로 면모를 바꾼다. 이 해에 상류인 청룡동에 하루 3만t가량의 낙동강 원수를 끌어들이는 통수로가 개통됐다. 이는 조금만 가물어도 곳곳에서 물이 말라 유량이 급감하기 일쑤이던 온천천에 적정한 수량이 유지되고 오수 유입 차단으로 수질이 크게 나아지는 계기가 됐다. 하천 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시민들의 정화활동도 자주 펼쳐진 결과 지금 같은 친수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온천천에서 숭어나 잉어 떼가 유영하고 왜가리 등 철새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청정지역에 산다는 수달이 출몰하기도 한다. 연제구 쪽 온천천 연못 일대엔 환경 지표종인 두꺼비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생태계가 되살아난 온천천을 따라 걷기 좋은 긴 산책로와 꽃밭이 조성되고 다양한 운동시설이 설치되자 연간 4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온천천 주변 벚꽃길은 봄철 명소가 된 지 오래이며 동래구 쪽 천변에 생긴 카페거리는 ‘핫플’로 떠올랐다.

문제는 온천천 관리가 금정·동래·연제 3개구로 나뉘어 이뤄지면서 일관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도시철도 1호선 지상구간이 건설된 금정·동래 일대 하천은 산책로가 있는 반면 양쪽이 높은 수직 콘크리트 벽으로 직강화돼 있어 집중호우 시 안전에도 취약하다. 2023년 9월 20일 도시철도 온천장역 옆 온천천 산책로를 걷던 50대 여성이 폭우로 급작스레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구별로 다른 하천 통제 수위 기준이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됐다. 세병교와 수연교 밑 도로는 걸핏하면 침수된다. 물고기 떼죽음도 잦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수질과 각종 시설, 안전에 대한 관리권을 부산시나 특정 기관으로 일원화해 통합관리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달 1일 국가하천인 수영강과 만나는 온천천 하류 3.79㎞는 국가하천으로 승격돼 낙동강유역환경청 관리를 받게 됐다. 온천천 관리체계가 더 복잡해진 까닭에 신속한 재해방지 등을 위한 통합관리 매뉴얼 마련이 시급해졌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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