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사무소 없는 서부경남… “10분 행정 보려 하루 비워야”
5년새 등록 외국인 수 2배
권역 탓 창원까지 다녀와야
진주시, 출장소 설치 건의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서부경남 외국인들 역시 이곳에서 민원 처리를 해야 해 불편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서부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행정 전담 기구인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없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0분 남짓 걸리는 행정 처리를 위해 먼 곳에 있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방문하면서 하루를 꼬박 비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5일 경남 진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조규일 진주시장이 김종무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과 면담을 갖고 진주출장소 설치를 건의했다. 진주시는 정기적인 출장 민원 서비스를 우선 재개한 뒤 향후 정식 출장소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진주창업지원센터 내 사무공간을 무상 제공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조 시장은 “서부경남의 외국인 인구와 행정 수요를 감안하고 기업과 농가 등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진주출장소 설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시장이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고 출장소 설치에 나선 건 진주시와 인근 산청·함양·거창·합천군 등 경남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불편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5개 지자체에 사는 등록 외국인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만 2306명에 달한다. 2021년 말 6457명, 2022년 7423명, 2023년 8934명, 2024년 9655명, 2025년 1만 658명 등 불과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제조업 분야 비전문 취업(E-9) 및 숙련 인력(E-7) 증가는 물론,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계절근로자(E-8) 제도 확대와 지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이 외국인 등록이나 체류 기간 연장 등 필수 행정 업무를 보려면 멀리 창원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경남에는 창원 본소를 비롯해 거제·통영·사천에 출장소가 있고 김해에는 부산 출장소가 운영 중이다. 진주의 경우 2020년까지 매주 수요일 출장 민원 서비스가 운영됐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존 출장소들은 관할 권역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진주 권역 외국인들은 바로 인접한 사천출장소를 두고도 대중교통으로 왕복 3시간 이상이 걸리는 창원 본소까지 원정을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불편은 외국인 개인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현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은 공장이나 농가는 근로자가 하루 자리를 비울 때마다 공장 가동이나 농번기 작업에 직격탄을 맞는다.
진주의 한 공장 업주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대형 공장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3~4명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공장은 타격이 크다. 근로자가 한국에 익숙지 않으면 동행을 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도 필요하다. 공장 효율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남 내 출입국·외국인사무소나 출장소가 설치된 지자체 중 등록 외국인이 1만 명을 넘는 곳은 김해, 창원, 거제뿐이다. 서부경남 5개 시군 합산 외국인 수가 이미 1만 명을 훌쩍 넘긴 만큼, 현실에 맞춘 행정 인프라 재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김종무 소장은 “외국인 수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의 한계도 있는 상황이다. 권역별 외국인 수나 행정에 대한 수요 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출장소 설치 등이 제대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과도기인 만큼 점차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