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일가 407명 계열사 등기임원에… ‘족벌’ 여전하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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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SM·GS·부영그룹 순 많아
여러 계열사 겸직 사례도 허다
부영 이중근 회장 16곳 ‘최다’
“독립적 의사 결정에 제약” 지적

국내 대기업집단 89곳 중 85곳에서 오너 일가 407명이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와 배우자, 자녀 등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한 족벌경영 구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지난 4월 말 기준 총수가 있는 89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국내 계열사 등기임원 등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그룹별 오너 일가의 계열사 등기임원 등재 건수는 BS그룹이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SM그룹(45건), GS그룹(34건), 부영그룹(31건), KG그룹(27건), 농심그룹(26건)이 뒤를 이었다.

그간 이사회가 오너 일가의 사적 기구로 운영될 경우, 계열사 경영진의 독립적 의사결정과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오너 일가가 여러 계열사 이사직을 동시에 겸직하면 개별 회사의 이익보다 가족이나 그룹 전체의 이익이 우선시될 소지가 있고, 내부거래나 자금 이동 등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해도 이사회가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사외이사 비중이 낮은 비상장 계열사일수록 이런 우려가 크다.

여러 계열사에 동시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른바 겸직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개인별로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계열사 21곳 중 16곳의 등기임원을 겸직해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된 대명화학그룹 권오일 회장도 계열사 68곳 중 15곳에 이름을 올려 2위에 올랐다.

총수 배우자 중에서는 라인그룹 공병학 회장의 배우자인 라인문화재단 오정화 이사장이 8곳을 겸직해 유일하게 상위 10명에 들었다. 자녀 중에서는 이중근 회장의 장녀 부영 이서정 이사가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의 이사직을 겸직하면, 회사 간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정한 판단이 어렵고, 이사회 본연의 견제 기능도 형식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사 대상 89곳 중 24곳의 총수는 계열사 등기임원을 한 곳도 맡지 않았다. 삼성, 한화, HD현대, 신세계, CJ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DL, 미래에셋, 태광, 이랜드 4곳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오너 일가가 한 명도 없었다.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은 그룹 중 일부는 자녀가 대신 핵심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고 있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한화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했다.

HD현대 정기선 회장, DB그룹 김남호 명예회장,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회장도 총수의 장남으로 핵심 계열사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2013년 이후 13년 만에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오너 일가 여부가 불명확한 동명이인은 제외했으며, 동일인 지정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 중인 쿠팡은 대상에서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을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오너 일가의 지분과 임원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공정위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모두 102곳이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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